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 국정 맡은 델시 로드리게스

2026-01-04 15:54:41 게재

트럼프 “미국이 통치” 언급 속 권한대행 취임

미국과 협력설엔 “주권 침해” 선 그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
지난해 11월 5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파시스트 세계 의회 포럼에서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권력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국정 운영을 맡으며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3일(현지시간)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임시 국가 지도자로서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대통령 유고 상황을 대비해 마련된 헌법 규정에 따른 조치다. 헌법 제233조와 제234조는 대통령의 부재가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두로 체포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안전하게 이양될 때까지 미국이 통치할 것”이라며 “한 그룹과 함께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에 협력할 의사를 보였다고도 언급했다.

재무·석유 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체포 당일 오후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공식적으로 맡았다. 그는 국가방위위원회를 주재하며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의 군사 작전을 국제법과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56세인 로드리게스는 카라카스 출신으로 베네수엘라 중앙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그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창시하고, 차베스 사망 이후 마두로가 이끌어온 정치 노선인 ‘차비스모’의 핵심 인물로 20년 넘게 활동해왔다. 현 국회의장인 친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와 함께 차베스 집권 시절부터 권력 핵심을 형성해왔다.

그는 2013~2014년 공보정보부 장관, 2014~2017년 외무장관을 지내며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침해 논란에 직면한 마두로 정부를 국제사회에서 방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7년에는 정부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설치된 제헌의회 의장을 지냈고, 2018년 마두로의 두 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부통령에 임명됐다. 2025년 1월 시작된 세 번째 임기에서도 부통령직을 유지했으며, 마두로 체포 전까지는 정부의 최고 경제 책임자이자 석유부 장관이었다.

야권은 2024년 7월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마두로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있다. 야권은 전 대사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실제 승자라는 입장이며, 일부 역내 국가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헌법학자이자 정치 분석가인 호세 마누엘 로마노는 “로드리게스는 정부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 중 하나로, 마두로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마두로 체포 수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로드리게스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가 워싱턴과 협력할 의사를 보였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기반을 둔 전직 외교관 임닷 오네르는 “로드리게스는 마두로의 온건한 대안이 아니라 체제 내에서 가장 강경한 인물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로드리게스 역시 초기 행보에서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부부의 생존 증거를 요구했고, 국가방위위원회 회의에서는 미국의 작전을 강하게 규탄하며 “이 나라의 유일한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라고 주장했다.

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의 권력 구도가 불확실한 가운데,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과도 체제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향후 정국 전개와 미·베네수엘라 관계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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