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매파 득세…베네수엘라 개입 밀어붙인 트럼프

2026-01-04 17:26:35 게재
마두로 체포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지켜보는 트럼프

마두로 체포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지켜보는 트럼프

마두로 체포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지켜보는 트럼프 (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2026.1.4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재판매 및 DB 금지]

폴리티코 “루비오·헤그세스 주도, MAGA 반발도 잠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외교·안보 매파의 입지가 눈에 띄게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1년 차를 맞아 ‘해외 개입 최소화’라는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대외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이번 군사 작전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강경파의 주장이 관철된 결과라고 전했다. 이들은 수개월 전부터 마두로 정권을 ‘권위주의적 마약 범죄 정권’으로 규정하며 압박 강화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행정부 내 정책 논의 과정에서 외교적 해법보다 군사·사법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침공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수뇌부의 만류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작전은 1기 때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정권 교체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놀랍긴 하지만 이것이 루비오의 오랜 구상이라는 점에서는 놀랍지 않다”며 “루비오의 입지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결단 과정에서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며 행정부 내 권력 구도가 ‘안보 우선’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목되는 대목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해외 개입에 회의적이던 MAGA 진영의 반발이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과 가까운 인사들까지 이번 작전을 ‘법 집행’과 ‘정의 실현’으로 평가하며 공개 지지에 나섰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이를 “대담하고 훌륭한 작전”이라고 치켜세웠다.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정권 교체’가 아닌 ‘사법 집행’으로 규정하며 여론 관리에 공을 들였다. 마두로가 미국 법원에서 기소된 ‘마약 테러리스트’라는 점을 부각해 해외 군사 개입을 국내 치안·법 집행 문제와 연결시킨 것이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프레임이 MAGA 지지층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결집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번 개입에는 베네수엘라 석유를 둘러싼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루비오 장관은 마두로 축출이 미국의 에너지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서반구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이 과도기 동안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며 석유와 안정, 안보를 직접 언급해 파장을 키웠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강조해온 ‘끝없는 전쟁 회피’ 기조와는 결이 다른 메시지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향후 정치적 이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는 마두로의 측근인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권력을 이어받은 상태로 민주적 전환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 내에서도 “미국이 다른 나라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번 베네수엘라 작전은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개입에 훨씬 편안해졌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결단력 있고 제한적이며 트럼프식’으로 포장될 때 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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