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이후’ 베네수엘라는 어디로?
권력은 남고 지도자만 바뀌었나
체포 작전 후에도 통치 구조 유지
미국 압박 속 ‘관리된 전환’ 가능성
민주주의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
3일(현지시간) 새벽 미군의 공습과 함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가 체포돼 해외로 이송되면서 베네수엘라는 중대한 분기점에 들어섰다. 그러나 지도자의 제거가 곧바로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덴버대 교수는 “마두로가 구축한 통치 구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베네수엘라 사법부는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국가 운영을 이어가도록 하는 절차를 가동했다. 이는 ‘정권 교체’보다는 ‘정권 내 승계’에 가까운 국면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이를 “정치 지도자가 제거됐을 때 종종 나타나는 구조는 남고 얼굴만 바뀌는 상황”으로 비유했다.
문제는 미국의 다음 행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공격 가능성과 함께 “안정적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관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지속적 군사·외교 압박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이 발언을 “미국 기업의 재진입과 석유 산업 통제라는 현실적 목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제재 완화와 투자 유치라는 당근과 군사적 위협이라는 채찍이 동시에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체포 작전의 방식 역시 파장을 키웠다. 마두로가 경호망을 뚫고 비교적 신속히 체포된 점을 두고 베네수엘라 군·보안라인 내부의 협조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면적 이탈이라기보다는 제한적 공모 또는 ‘궁정 쿠데타’ 성격의 균열이 있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는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는 작전의 정밀성과 속도가 낳은 합리적 의심에 가깝다.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로드리게스 교수는 ‘점령의 용이함’과 ‘통치의 난이함’을 분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이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더라도, 넓은 국토와 복합적인 무장·범죄 네트워크를 가진 베네수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군 세력이 인접 국가의 무장조직과 결합해 저강도 게릴라전으로 전환할 경우 국가는 빠르게 무정부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민심은 복합적이다. 외국 군대가 자국 지도자를 체포하는 장면에 거부감을 느끼는 정서가 존재하는 동시에 장기 집권과 경제 붕괴에 지친 다수 국민은 마두로 퇴진 자체를 환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내총생산의 급감과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이주가 누적한 사회적 피로가 배경이다. 다만 권력이 여전히 기존 엘리트에 의해 유지되고 미국과의 거래만 부각될 경우 불만이 다시 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주의 전환의 전망은 엇갈린다. 제재 해제와 석유 생산 회복이 결합하면 단기간 고성장이 가능하다는 경제적 낙관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만 치러지는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권력이 실제로 교체되는 제도적 보장이 핵심이며, 미국의 군사력이 ‘누가 집권하는지’를 좌우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형식적 선거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야권의 딜레마도 깊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지만 군과 국가기구를 장악할 현실적 수단은 제한적이었다. 그 결과 미국의 개입에 크게 의존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대해 회의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전략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선거 요구를 지속하되 권력분담과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는 전환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분열됐다. 일부 우파 지도자들은 ‘독재 종식’을 이유로 환영했지만 다수 국가는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을 지적했다. 중남미의 중도·좌파 정부들까지 비판에 가세하며 이번 사태가 지역 질서에 남길 후폭풍을 경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이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외교적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동시에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경로로 신지도부와 야권 간 권력분담 합의 촉진, 선거 경쟁 규칙과 패자 보호 장치 구축을 꼽는다. 반대로 석유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거래가 우선될 경우 사회적 적대감과 정치적 분열이 심화 돼 불안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