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충격, 유가하락은 호재
유가 낮아지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 … 금은 안전자산 수요로 단기 강세 예상
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이 열려 있었다면 가장 즉각적인 반응은 원유와 금 가격의 엇갈린 움직임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 최고경영자를 지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베네수엘라 수출 확대 전망으로 원유 가격은 하락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금 가격은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두로 축출 이후의 경제·금융 반응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직후 미국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복구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원유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와 생산 정상화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유가 하락 압력이 반복돼 왔다.
유가 하락은 증시에 긍정적인 재료로 해석된다. 에너지 가격이 낮아질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고, 소비 여력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스 공동창립자인 데이비드 코톡은 “장기적으로 원유 가격이 낮아진다면 주식시장에는 분명한 호재”라며 “시장은 갈등 가능성에 먼저 반응해 위험을 회피하지만, 실제 상황이 전개되면 경제적 파급 효과를 다시 계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주식시장은 2026년 초를 뚜렷한 상승세 없이 혼조세로 출발했다. 연말 상승 이후 추가 재료를 기다리는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변수와 원자재 가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증시에는 점진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금은 정반대의 흐름이 예상된다. 금 가격은 지난해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금리 인하, 중앙은행 매입 확대 속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안전자산 선호를 다시 자극하는 변수로, 단기적으로 금 가격 강세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위험 회피와 위험 선호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확대 기대가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최고 시장전략가 스티븐 도버는 “베네수엘라가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생산 능력을 회복한다면 세계 경제에 상당한 원유 공급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성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지정학적 충격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빠르게 경제적 효과를 계산하고 있다. 유가는 하방 압력을, 금은 상방 압력을 받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하락이 증시에는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