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증시 강세 속 금리가 변수로
한국·대만 쏠림 우려, 중국은 반등 기대 … 코스피 5000 도전속 개혁 지속이 관건
아시아 증시는 글로벌 인공지능 공급망에 깊숙이 엮여 있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조정이 오면 아시아도 곧바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낮은 주가 수준과 기술 자립을 밀어붙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MSCI 아시아 주가지수는 글로벌 지수를 약 5%포인트 앞지르며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상대 수익률을 찍었다.
통화정책의 방향 차이도 아시아 증시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중국과 인도는 성장 부양에 방점을 찍은 반면,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는 물가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리는 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흐름도 감지된다.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한국 증시는 시장 개혁 동력이 계속 살아 있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아시아 증시 강세를 이끈 건 단연 인공지능 열풍이었다. 이 기세는 새해에도 꺾이지 않으며 지역 정보기술 지수를 사상 최고치까지 끌어 올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이 낮은 아시아가 인공지능 투자처로 매력적이라고 보지만, 대만과 한국처럼 소수 대형 기술주에 쏠린 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켄 웡은 지금 상황을 거품보다는 인공지능 피로감으로 본다. 인공지능 설비투자나 실적 흐름이 주춤하면 조정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월가의 과열 경계와는 다른 그림이 중국 반도체 업종에서 그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술 자립을 핵심 카드로 꺼내 들며 최대 7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최근 메타엑스 집적회로와 무어 스레드 테크놀로지의 상하이 증권거래소 상장이 흥행한 뒤로, 관련 기업들의 증시 자금 조달 움직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는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나스닥100지수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시아 전반의 자금 흐름은 결국 미 연방준비제도의 손에 달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2026년에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인도와 태국 같은 나라들이 경기 부양에 나설 공간이 넓어진다.
반면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을 잡으려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뉴질랜드와 호주 역시 긴축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자산과 인공지능에 몰린 돈이 빠져나가려는 조짐 속에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시장들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한다. 인도 증시는 지난해 아시아 평균에 한참 못 미쳤지만, 세제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가 반등 신호로 읽힌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도 정부의 경기 부양 카드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는 중이다.
한국 증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인공지능 수혜와 개혁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한 코스피지수는 최근 4300선을 돌파하며 5000선 돌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인공지능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무게를 생각하면, 반도체 수출 증가세도 주가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요인이다. 두 종목은 5일 상승하며 코스피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가를 보면 삼성전자는 17만~18만원, SK하이닉스는 75만~84만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100만닉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 흐름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중소형주 활성화 같은 정책이 실제로 추진되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