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가 트럼프에게 올린 사전 비밀보고서
“마두로 이후, 정권내부 인사가 최적 대안”
WSJ, 전현 당국자 인용 보도
로드리게스 선택 배경 드러나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의 단기적 안정을 유지할 최적의 방안으로 ‘정권 내부 인사에 의한 과도 통치’가 제시됐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IA가 작성한 이 비밀 보고서는 마두로가 권력을 상실할 경우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가 군과 치안기구, 기존 권력 엘리트의 지지를 바탕으로 카라카스에서 임시 정부를 운영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현직 미국 당국자들이 전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됐으며, 트럼프가 야권 지도자 마차도가 아닌 마두로 정권 핵심 인사를 사실상 용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보고서는 마두로 축출 방식이나 정당성 문제는 다루지 않고 ‘마두로 이후’ 권력 공백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내부 질서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CIA는 두 명의 정권 핵심 인사를 과도 통치 가능 인물로 분류했으며, 이들이 경찰과 군을 장악한 권력 중추라는 점에서 야권보다 치안 유지와 단기 안정 관리 능력이 높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내무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와 국방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로 보인다고 WSJ는 짚었다.
반면 마차도와 에드문도 곤살레스 등 야권 지도부에 대해서는 정권 친화적 안보 세력과 마약 밀매 네트워크, 경쟁 정치 세력의 저항 속에서 단기간에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야권을 전면 지원했음에도 군 내부 이탈과 권력 전환이 실패로 끝난 경험이 중요한 참고 사례로 작용했다는 게 전·현직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로드리게스를 베네수엘라의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인식하면서도 협력과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석유 수출 봉쇄 등 압박 수단을 언급했지만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하며 보다 직접적인 통제 구상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CIA 평가가 트럼프식 베네수엘라 전략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민주적 전환보다는 단기적 안정과 통제 가능성을 우선시했고, 그 수단으로 야권이 아닌 ‘정권 내부 관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