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주 랠리에 다우존스지수 신고가 기록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기대
미 대형 석유주 일제히 강세
미국 대형 석유 기업 주가가 일제히 오르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자체의 변동은 제한적이었지만, 베네수엘라 정국 변화에 따른 장기적 원유 공급 확대 기대가 에너지 기업 주가를 강하게 자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5일 보도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이날 595p 오른 4만8977로 마감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의 중심에는 미국 최대 석유 기업인 셰브론이 있었다. 셰브론 주가는 하루 만에 5.1% 급등하며 다우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셰브론은 현재도 베네수엘라에서 제한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미국 메이저 석유 기업으로, 향후 생산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지목됐다. WSJ는 셰브론 주가 급등으로 다우지수가 장중 4만9000선을 처음 넘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에너지주 랠리는 주말 사이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한 데 따른 후속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유 기업들을 베네수엘라에 투입해 원유 생산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혼란과 부패, 그리고 경제 제재가 겹치면서 투자 위축이 이어져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정유와 유전 서비스 기업으로도 매수세가 확산됐다. 정유업체 필립스66와 발레로에너지 주가가 동반 상승했고, 유전 서비스 기업인 SLB와 핼리버튼도 S&P500 지수 상승 종목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베네수엘라 원유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경우 정유 설비 가동률과 원유 트레이딩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가 자체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한때 하락했다가 배럴당 61.76달러로 1.7% 상승 마감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생산 정상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토터스캐피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롭 투멀은 WSJ에 “기회는 크지만 위험도 크다”며 “정치적 안정과 법적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느 기업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 석유 기업들과 협력과 배제를 반복해왔다. 이 과정에서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2000년대 자산 국유화와 계약 변경을 둘러싼 갈등 속에 현지 사업에서 철수했다. 반면 셰브론은 제한적이지만 생산과 수출을 이어가며 관계를 유지해왔고, 이 점이 이번 정권 교체 국면에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WSJ는 현재 유가 수준과 정치 리스크를 고려할 때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확대가 단기간에 글로벌 공급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대형 석유 기업들의 매장량 확보 전략과 투자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평가했다. WSJ는 “이번 다우지수 신고가는 에너지주 급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베네수엘라 변수는 단기 재료를 넘어 미국 석유 기업들의 중장기 전략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