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자금 ‘매그니피센트7’에서 S&P493으로
AI 피로감 기술주 쏠림 완화
경기민감·가치주로 시선 이동
미국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어온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에서 벗어나, 나머지 S&P500 구성 종목인 ‘S&P493’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간) AI 기대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대형 기술주 외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매그니피센트7은 2022년 이후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AI가 미국 경제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대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 겸 최고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나는 이것을 ‘AI 피로감’이라고 부른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매그니피센트7 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약세를 보인 반면, 같은 기간 S&P493 지수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대형 기술주 중심의 모멘텀 장세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관련 상품에도 반영되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을 제외한 대형주에 투자하는 ETF인 ‘디파이언스 라지캡 엑스-매그니피센트7 ETF(XMAG)’에는 지난해 말까지 6개월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해당 ETF는 지난해 15% 상승했으며,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하반기에 집중됐다.
블룸버그는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질 경우 은행, 소비재 등 경기민감 업종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대형 은행과 나이키, 부킹홀딩스 등 소비 관련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매그니피센트7의 주도력이 약화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더그 페타 BCA리서치 미국 수석 투자전략가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매그니피센트7에서 나머지 493개 종목으로 주도권이 평화롭게 넘어가는 것”이라면서도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런 전환은 대개 순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1970년대 ‘니프티 피프티’ 붕괴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당시를 언급하며, 시장 주도주의 교체 과정에서 전체 지수가 함께 흔들린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매그니피센트7 중심의 쏠림 현상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올해 S&P500 이익 증가에서 매그니피센트7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S&P493의 이익 증가율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AI가 이끈 대형 기술주 장세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미 증시는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