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석유자원 관할 본격화

2026-01-08 13:00:08 게재

원유 판매 ‘무기한’ 관할

수익금 사용도 미국 결정

이익·중국견제 일거양득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제재로 수출이 막혀 있던 베네수엘라 원유를 인수해 대신 판매하고 수익금 사용처까지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베네수엘라 에너지 자원에 대한 사실상의 관할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3000만~5000만배럴 상당의 원유를 넘겨받아 국제시장에 판매하고 수익금 사용을 통제하기로 베네수엘라 측과 합의했다. 이 물량은 제재와 봉쇄로 제3국에 판매하지 못해 저장고와 유조선에 쌓여 있던 원유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 당국이 원유를 미국에 넘기기로 합의했으며 곧 도착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이미 판매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수익금 사용과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의 재량에 따라 미국인과 베네수엘라인 이익을 위해 분배될 것”이라고 했다.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원유 판매 통제가 베네수엘라 당국을 압박할 ‘가장 강력한 지렛대’라는 인식이 크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현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측 인사들이 여전히 이끌고 있으며 원유 판매 통제가 이들을 상대하는 데 가장 강력한 지렛대”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원유와 현금 흐름을 통제하면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며 통제권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심은 수익금의 실제 사용처다. 트럼프 대통령 등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재원으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와 서반구 장악력 강화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미국 측 비용 정산이나 과거 국유화로 인한 미 기업 손실 보전 명분으로 일부를 가져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개입에 비용은 들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원유 판매 통제의 시한도 관심이다. 에너지부는 이번 물량에 그치지 않고 원유 판매를 “무기한(indefinitely)”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로서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카리브해에 병력을 유지하며 비협조 시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고, 원유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베네수엘라는 봉쇄를 돌파할 역량이 제한적이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은 원유 운송·판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제재를 선별적으로 완화한다. 석유 생산능력의 현대화와 확장에 필요한 장비·부품·서비스 수입을 허가하고, 미국과 국제 에너지 기업의 기술과 투자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등 대형 석유사의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라이트 장관이 이들과 접촉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9일 백악관에서 주요 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경제 이익과 함께 중국 견제라는 지정학적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개입 명분으로 중남미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의 영향력 차단과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 밀매 차단을 내세워 왔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중국 이란 러시아 쿠바와의 경제협력 중단, 원유 생산의 대미 협력 일원화, 중질유 판매 시 미 기업 우선 등을 요구했다. 요구가 관철될 경우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대체 조달처 확보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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