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절반의 쇄신안’… 중도도, 통합도 놓쳤다
‘계엄 사과’ 했지만 ‘윤석열 절연’ ‘당내 통합’ 빠져
윤리위 ‘친한계 징계’ 국면서 당내 갈등 확산 우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고심 끝에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계엄·탄핵 이후 갈라진 보수진영을 통합하고 중도확장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당 윤리위의 친한계(한동훈) 징계 논의가 구체화되면 통합은커녕 내홍이 더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장 대표는 7일 계엄에 대해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돼 온 ‘계엄 사과’ 요구에 대한 답으로 읽혔다. 하지만 장 대표는 사과와 함께 요구됐던 ‘윤석열과의 절연’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 어게인’으로 불리는 강성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당 대표에 오른 장 대표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혁신파 모임인 ‘미래와 연대’는 “지금 국민의힘은 재건축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지만, 장 대표의 혁신안은 내부 인테리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와 쇄신의 선결 조건은 분명하다.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을 옹호해 온 정치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절연”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와 연대’는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을 옹호해 온 정치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단절을 선언하고, 당이 앞으로 나아갈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세워 달라. 아울러 당내 통합과 화합 그리고 당 밖의 합리적 보수세력과의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래와 연대’는 장 대표의 쇄신안에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옹호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절연이 빠져 있어 당 지지층의 중도확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국민의힘은 중도층의 외면 속에 장동혁체제 출범 이후 20%대 지지율에 정체돼 있다. 당내 통합과 화합에 대한 해법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당은 최근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장 대표는 쇄신안에서 ‘한동훈 이슈’와 관련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장 대표측과 친한계는 이날 쇄신안을 놓고도 가시 돋친 발언을 주고받았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장 대표의 쇄신안을 겨냥해 “장 대표 기자회견. 사과? 풉. 고성국에 이어 자유대학 불러다 ‘윤거니 어게인’하겠다는 거네요”라고 SNS에서 밝혔다. 쇄신안을 공개적으로 평가절하한 발언이다. 장 대표측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고 발끈했다. 한 사무처 당직자도 “당 대표가 혁신안을 발표하자마자 민주당보다 빠른 비난. 같은 식구 맞냐”며 “제발 좀 떠나 달라”고 요구했다. 친한계를 향해 탈당을 요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 내홍은 윤리위 징계 논의가 구체화되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장 대표는 8일 최고위에서 윤민우 윤리위원장 임명 안건을 처리했다. 사퇴한 윤리위원 3명을 대신할 새 위원도 추가 인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는 9일 한 전 대표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징계 안건을 논의한다. 윤리위에서 한 전 대표와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확정될 경우 친한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친한계는 이미 윤리위 구성의 불공정성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7일 “남편 윤민우는 방첩사 자문위원, 부인은 계엄 전날 방첩사에 채용됐다 퇴사. 부부가 계엄 때 방첩사에서 하려던 일이 뭘까”라며 윤민우 윤리위원장 인선을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그리고 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윤리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근거해서 사실과 증거만을 기반으로 결정을 도출하겠다”며 “윤리위는 행위의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윤리적 책임 및 그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파생되는 직업윤리로서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적·정치적 책임은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