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일탈’ 선긋기 반복…여당 자정능력 흔들

2026-01-08 13:00:39 게재

김병기·이혜훈 논란 지속 … 지선 앞 여론 부담 커져

이재명 대통령, 귀국 중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병기·이혜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공천헌금·갑질·땅 투기 의혹 등 휘발성 높은 이슈가 터졌음에도 ‘개인 문제’라며 당 차원의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거대 여당의 자정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후 원내대표 보궐선거에 앞서 합동토론회를 연다. 한병도·진성준·박정·백혜련 후보(기호순)가 참여하는 이날 토론회에서는 6.3 지방선거 승리와 국정 운영 지원 전략과 더불어 개혁법안 처리, 원내대표 연임 도전 등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불거진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고 정치적 결단 등을 미루고 있다. 문진석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리심판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게 지도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도 지도부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 한병도 후보는 7일 윤리심판원의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8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공천헌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수조사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정·백혜련 후보도 김병기 의원의 소명을 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의원은 7일 CBS 라디오에서 “윤리심판원 징계 결정 전에라도 김 의원이 선당후사 선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보좌관 갑질과 땅 투기 의혹을 받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판단도 미루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대통령의 결정이 성공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후보들도 인사청문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과거 장관 후보자 비리 의혹에 날을 세웠던 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반응은 국민의힘이 특검을 주장하고, 조국혁신당이 반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은 7일 ‘김병기·강선우 국회의원의 공천 뇌물 수수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지난 5일 최고위에서 민주당이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규정한 데 대해 “잘못된 진단”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안에서도 김병기 의원, 이혜훈 후보자에게 ‘소명기회’를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기 의원 거취와 관련해선 당 지도부가 제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선당후사의 정신을 가지고 당에 가장 부담이 가지 않는 결정을 스스로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7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정청래 대표가 12일까지 윤리심판원의 결과를 볼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제명)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김병기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한 여론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7일 공개한 조사(5~6일. 1003명. 안심번호 ARS.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5.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이 공천헌금 논란이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이 58.1%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45.3%가 동의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경실련은 7일 민주당에 “개별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독립적인 전수조사와 제도개선을 약속하라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경실련은 부적격 인사의 공천은 물론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제기한 탄원서가 당사자에게 넘어갔다는 언론 보도 등을 지목하며 “단순한 개별 비리 의혹을 넘어 당 차원의 조직적 은폐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어 △시도당 공관위의 외부인사 비율 과반 이상 의무화 △공천 비리 연루·부당개입 지역위원장 제재 강화 등을 주문했다.

물론 민주당이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제도적 개혁으로 이어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공천에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클린감시단을 가동하기로 했는데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상식 의원을 단장으로 임명한 것도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여권의 확실한 견제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행정·입법권력을 다 갖고 있는 정당이 여론을 살피지 않고 독주하다는 인식이 강화되면 정치적으로 곤혹스런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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