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힘 아닌 존중, 대결 아닌 협력 필요”
한중관계 전면 복원 성과 안고 귀국 … 중일 갈등엔 ‘관리 모드’
방일 유력 속 외교 셈법 고심 … “다툴 때 끼어들면 양쪽서 미움”
이재명 대통령이 8년 여 만의 국빈 방중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이달 중순 유력한 일본 방문을 앞두고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 중국과 새해 첫 정상외교를 선보였지만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는 현안에 대해선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귀국 다음날인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방중 마지막 날 상하이 루쉰공원을 찾은 사실을 공개하며 소회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상하이 루쉰공원은 윤봉길 의사가 조국의 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세계에 천명했던 자리”라며 “약소국의 한 청년이 던진 수통과 점화탄은 침략과 탈취로 대표되는 제국주의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고 썼다.
이어 “윤 의사의 의거는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꿨고, 중국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며 “상하이는 국경을 넘어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최근 국제 정세를 염두에 둔 듯 “역사의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고, 국제질서의 격변 앞에서 갈등의 불씨도 곳곳에 상존한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힘의 논리가 아닌 존중의 정치, 대결이 아닌 협력의 외교가 필요하다.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서기보다는 협력의 틀을 강조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중일 양국이 한국을 각각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기류를 보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존중과 협력을 강조하며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전날 상하이 프레스센터에서 방중 기자단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중일 갈등에 대해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중일 갈등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다툴 때 옆에서 끼어들면 양쪽으로부터 미움받을 수 있다”며 “우리의 역할이 필요하고 실효적으로 의미가 있을 때는 하겠지만. (중략) 나설 때 나서야지 안 나설 때 나서면 별로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공개발언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착하게 잘 살자’, 공자 말씀으로 들었다”고 말하며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점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일본과의 관계도 중국과의 관계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상하이 루쉰공원 방문 일정은 당초 공식 일정에 없던 행사다.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던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 방문 후 이 대통령이 윤 의사의 의거 현장에 가볼 것을 제안해 소수의 수행원들과 함께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