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장악 구상 본격화
다음주 미국·덴마크 고위급 회담 예정 … 군사행동·매입·독립등 4대 쟁점 부상
백악관은 지난 주말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을 위한 군사 작전을 단행한 이후 그린란드 통제 문제를 반복적으로 거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는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희박한 이 섬이 미국 국가 안보에 핵심적이라고 주장하며 그린란드 확보에 매우 진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위협 중단을 촉구했고, 그린란드 자치정부도 미국의 구상을 현실성 없는 상상이라고 일축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8일 덴마크 외무장관 뢰케 라스무센과 그린란드 측 대표 비비안 모츠펠트의 요청에 따라 다음 주 관련 고위 당국자들과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CNBC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쟁점이 될 네 가지 핵심 사안을 짚었다.
첫째는 군사 행동과 섬 매입 가능성이다. 루비오 장관은 그린란드를 군사력으로 장악하는 선택지를 배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국가안보팀은 외교적 해법이 우선이지만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첫 임기 때도 그린란드 매입을 타진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과 관련,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을 군사 공격한다면 모든 협력이 중단될 것"이며, "이는 2차 대전 이후 이어진 안보 체제 전반을 흔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둘째는 유럽의 50여개국의 대응이다. 그동안 공개 발언을 자제해 온 유럽 지도자들은 이번 주 태도를 바꿨다. 7개 유럽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그린란드 귀속 문제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주민들만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우선 외교적으로 풀어가되, 정치적 압박 성명이나 미국 내 로비, 경제 보복 가능성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장악하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유럽의 실효성 있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독립 문제다. 2025년 여론조사 결과 그린란드 주민의 85%가 미국 편입에 반대하는 반면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에는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희토류 개발 기업 크리티컬 메탈스의 토니 세이지 최고경영자는 "다수의 그린란드 주민들이 독립을 원한다는 사실이 외부에서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독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2009년 자치법을 통해 내정 전반에 대한 권한을 확대받았다. 이 법은 그린란드가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할 권리도 명시했다.
넷째는 북극 안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그린란드 주변에서 미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그린란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현재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주변 해역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런던의 국제정책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매리언 메스머는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군사 활동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고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그 경로가 그린란드를 지나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이를 이유로 미국이 그린란드 전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져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 내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덴마크와 수십 년간 유지해온 방위 협정을 통해 해당 기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