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학연구비 차단, 미국 AI 주도권 흔든다"

2026-01-09 13:00:03 게재

마이크로소프트 수석과학자

“인재·아이디어가 해외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학에 대한 연방 연구 보조금을 대폭 줄이면서,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과학자가 공개적으로 행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과학자 에릭 호비츠는 파이낸셜타임스(FT) 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학술 연구비 삭감 결정이 “인재와 아이디어를 해외로 밀어내 미국의 경쟁국에 기술적 우위를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호비츠는 “경쟁국과 겨루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이런 삭감을 단행하는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비용 절감과 이념적 이유를 들어 대학과 연방기관의 연구 예산을 줄여왔다. 그 결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예산이 삭감됐고, 다양성(diversity) 관련 연구 과제에 대한 보조금도 차단됐다. 특히 2025년 이후 미국의 기초과학 연구를 담당하는 국립과학재단(NSF) 보조금 1600건 이상, 약 10억달러가 폐지됐다.

호비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정부가 대학 기초연구에 장기 투자해 기술 패권을 쌓아온 방식을 예로 들었다. 미국은 1950년 국립과학재단을 설립해 대학 기초연구 자금의 4분의1 이상을 지원해 왔고, 이 체계가 오늘날 기술 패권의 토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미국은 지금의 AI 전환점에 수십 년은 뒤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빅테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유지를 중시해 온 상황에서 더욱 주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통령 취임 행사와 백악관 시설 사업에 기부하며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지만, 핵심 연구 인프라에 대한 우려는 숨기지 않았다.

연구비 축소는 실제 인재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정 압박을 받은 대학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부 연구자와 학생들은 해외로 옮기거나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중국처럼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 지원을 이어가는 나라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비츠는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전 국립과학재단 컴퓨터과학 책임자였던 마거릿 마르토노시와 함께 연방 연구비가 낳은 성과를 정리해 공개하고 있다.

그는 “대형 언어모델과 멀티모달 모델의 핵심 아이디어는 대학에서 지적 호기심을 따라 연구하던 과정에서 나왔다”며 “이 모델을 포기하면 인재를 끌어당기는 자석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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