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총격 사망에 ‘반트럼프’ 시위 전국화
주정부 “FBI가 수사 막아”
뉴욕·시애틀·LA 등 확산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30대 여성을 총격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반 트럼프 시위가 전국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연방 당국은 “차량 공격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현장 영상과 목격자 진술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반박이 나오면서 논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네소타주 수사기관이 “연방수사국(FBI)이 증거 접근을 차단했다”며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사건이 ‘치안’에서 ‘정치’로 급속히 번지는 모양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이른 아침부터 시위대는 미니애폴리스 외곽의 연방청사(최근 ICE 작전 거점으로 사용된 건물) 앞에 집결해 “ICE는 물러가라”, “정의를 즉각 실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가 이어지자 국토안보부(DHS) 산하 국경순찰대는 출입문 앞에서 시위대를 밀어내며 후추 스프레이와 최루가스를 사용했다. 또 전술 장비를 착용한 요원들이 현장에 잔류하며 대치가 이어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교육 당국은 안전 우려를 이유로 공립학교 휴교 조치를 내렸다.
사건 발단은 전날(7일) 오전 미니애폴리스 남부의 도로에서 발생한 총격이다. 희생자는 르네 니콜 굿(37)으로 차량 운전석에 앉은 채 도로를 막고 있다가 ICE 요원들의 “차 문을 열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이동하려던 과정에서 머리를 맞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 측은 “시위대가 차량으로 요원을 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NS로 공유된 영상에선 피격 직전 ‘차량으로 요원을 들이받았다’는 핵심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반응은 사건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제히 ‘정당방위’ 프레임을 세웠다. 크리스티 노엠 DHS 장관은 총격 요원이 과거 단속 과정에서 차량에 끌려가 부상을 입은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고, J.D. 밴스 부통령도 백악관 브리핑에서 “자기방어였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요원의 판단을 옹호했다.
반면 미니애폴리스 시 당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제이컵 프레이 시장은 연방정부의 설명을 “헛소리”라고 직격하며 “영상 확인과 공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지방 정치권에서도 “ICE는 도시를 떠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시위는 뉴욕 시카고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워싱턴DC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번지고 있다. 촛불 추모집회와 연방청사 앞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사복 차림, 번호판 없는 차량 등을 동원한 단속이 병원·학교·교회 등 일상 공간으로 파고들고 있다”며 ‘공포 조장’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장소가 주는 상징성도 크다. 미니애폴리스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 시위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도시다. 이번 총격도 플로이드 사망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인종·치안·연방권력 논쟁이 한꺼번에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