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기업 지속가능성 규제 간소화
기업 부담 경감 차원
환경·인권 단체 반발
정책 불확실성 높아져
유럽연합(EU)이 기업에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관련 규제 적용 범위 및 공시 요구자료를 축소하는 등 간소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ESG 정책이 빠른 속도로 후퇴하는 가운데 유럽 산업계의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한 환경 인권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ESG 정책 불확실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기업 ESG 관련 보고·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 법안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규제 간소화 배경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ESG 정책이 빠른 속도로 후퇴함에 따라 유럽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유럽이 글로벌 지속가능성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유럽 역내에서도 ESG 관련 투자 비중이 높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복잡한 ESG 규제가 역내 기업의 경영, 투자자금 유입 등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글로벌 지속가능성 펀드 운용자산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다. 이중 유로존 역내 총 펀드자산 대비 지속가능성 펀드의 비중은 13%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에는 유럽 지속가능성 펀드로 40억달러가 순유입됐지만 3분기엔 510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연기금의 투자 형식 변화(펀드투자 → 위탁운용)에 따른 펀드 환매를 제외한다해도 3분기 패시브 펀드를 중심으로 31억달러가 순유출됐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일시적 유출일 것으로 예상했다. ESG 투자수요 둔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성 등이 주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ESG 규제 간소화 또한 반 ESG라기보다는 기업중심 정책이다. 특히,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 SFDR 개정의 경우 공시 부담 축소, 방산 업종 ESG 포함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주요 목적은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성 기준의 확립이다.
박승민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ESG 규제 간소화 노력과 별개로 유럽에서는 반 ESG 기조가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ESG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 지속가능성 관련 투자 선호는 뚜렷하게 개선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워싱 우려 완화에 더해, 연기금 등 주요 유럽 기관투자자가 ESG 요인을 여전히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SG 정책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ESG 정책에 비우호적인 우파 진영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ESG 규제 완화를 넘어 반 ESG 움직임이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의회에서 우파 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719석 중 375석), 2027년부터는 유럽연합 이사회에서도 가중다수결에 따른 가결선(15개국 & 총 유럽연합 인구의 65%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