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미흡’ 반지하·옥탑방→‘보통’으로 상향
성동구 ‘위험거처’ 실태조사하고 맞춤 지원
최저주거기준 한계 보완…주민 체감 효과
“길가라 차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먼지며 벌레까지 들어와 문을 열어두기도 힘들었습니다. 바닥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생겨 건강도 걱정됐고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주민 박 모(66)씨는 “집안이 아주 조용하고 쾌적해졌다”며 “창문 하나로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구에서 이중창을 설치해 준 덕분이다.
마장동에 사는 한 70대 주민도 비슷한 경험을 얘기한다. 그는 “비만 오면 물이 찰까봐 잠을 설쳤다”며 “이제는 발 뻗고 잔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특히 집을 고치고 나서도 계속 살 수 있게 해줘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역시 구에서 개입한 결과다.
9일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 한해 ‘성동형 위험거처 실태조사 및 개선사업’을 진행해 위험한 주택 안전등급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그만큼 주민들 만족도도 높다. 구는 “최저주거기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위험거처기준’을 자체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주거기본법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은 면적과 방 개수 등 물리적 규모 중심으로 돼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침수 화재 낙상 위생 등 건강·안전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한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2022년 중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발생해 반지하에 거주하는 주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성동구는 선제적·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듬해 ‘성동구 위험거처 개선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주거 위험 대상을 반지하주택뿐 아니라 옥탑방 등 모든 취약 거처로 확장했다. 구체적인 사업에 앞서 2년간 연구·개발을 했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 사례를 조사하고 ‘성동형 위험거처기준’을 마련했다.
침수 화재 위생·공기 대피 구조로 구성된 5대 분야 30개 세부 항목을 토대로 전문건축사와 함께 270가구를 정밀 진단했다. 개선이 시급한 ‘미흡(C등급)’으로 분류된 105가구에 대해 맞춤형 집수리에 나섰다. 창호와 분전함을 교체하고 안전손잡이를 설치했다.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타일을 시공하고 환기시설을 보강하는 등 단순한 지원을 넘어 ‘등급 상향’을 목표로 움직였다. 그 결과 83가구가 ‘보통(B등급)’으로 안전도가 높아졌다.
물리적 환경 개선 이후에는 안전해진 집에서 주민이 더 오래 안정적으로 사는 방법을 고민했다. 집수리를 지원하면서 임대인과 ‘상생협약’을 추진한 이유다. 지난 4년간 집주인 111명이 5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집수리 이후에도 세입자가 계속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협약을 맺었다.
주민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숫자로 확인된다. 한양대학교 연구 결과 주거에 대한 스트레스가 10점 만점 기준 8.55점에서 3.6점으로 크게 줄었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은 5.98점에서 9.18점으로 높아졌다. 애착심 역시 6.11점에서 9.19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신현상 한양대 임팩트사이언스연구센터장 등 연구진은 “주거환경 개선이 단순히 공간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주민의 태도와 공동체 의식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구 위험거처기준은 국가의 기준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지자체가 현장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스스로 설정한 높은 목표이자 약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구청장은 “이 기준을 적용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더 안전하고 수준 높은 주거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