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민생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신용카드·주택대출 금리 손본다 … FT “주거비 부담, 지지율에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정부 보증 주택금융기관이 2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기지 금리를 낮추고 월 상환액을 줄여 주택 구매 부담을 더 감당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며 이를 생활비 회복을 위한 여러 단계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해당 채권 매입은 의회의 승인 없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실행 속도는 빠를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주거비 문제가 핵심 민생 이슈로 부상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FT는 코로나19 이후 식료품과 에너지, 주거비 등 필수 생활비가 급등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적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주택 가격 상승과 높은 모기지 금리는 가계의 월별 상환 부담을 키우며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평균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여전히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FT는 정책 발표 직후 로켓컴퍼니스, 로앤디포트, 유나이티드홀세일모기지 등 모기지 전문 금융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주택담보대출증권 시장 규모가 약 11조달러에 달하는 만큼, 2000억달러 매입이 금리를 크게 끌어내리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한 평가도 함께 제시됐다. 자산운용사 심플리파이의 할리 배스먼 대표는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큰 폭의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거비와 함께 금융비용 부담도 동시에 문제 삼았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용카드 금리를 1년 동안 10%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이 신용카드 회사들에 갈취당해 왔다”며 2026년 1월 20일부터 금리 상한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방식이나 카드사들이 이를 어떻게 따르게 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신용카드 금리 문제가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서 제기돼 온 사안이라고 전했다. 상원과 하원에서는 초당적으로 금리 상한 법안이 논의돼 왔지만 아직 법제화되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의회 승인 없이 실행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FT는 이번 주택금리 인하 구상이 과거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가 사용했던 채권 매입 정책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준이 상당한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매입이 금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전했다. 그럼에도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용카드와 주택금리를 동시에 꺼내 들며 생활비 부담을 직접 거론한 것은 체감 민생을 정책 전면에 내세우려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주거비와 금융비용은 가계의 월별 현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지율 부담 속에서 체감 민생을 앞세운 메시지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