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독립성 흔드는 사법 압박

2026-01-13 13:00:01 게재

형사 수사로 번진 금리 갈등 … 의회·전직 연준 수장들 일제히 경고·비판

미국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작년 7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건물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파월 연준의장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상대로 형사 수사에 착수한 것을 계기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사법 영역으로까지 번지면서, 연준의 제도적 지위와 향후 정책 결정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공개 영상을 통해 법무부 수사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법무부가 문제 삼은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과 관련한 의회 증언은 형식적 명분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금리 인하 압박에 저항해 온 연준을 겨냥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파월 의장은 형사 수사 위협이 통화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며, 사안의 본질은 연준 독립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개 반발 이후, 12일 전직 연준 의장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재닛 옐런,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등 전직 연준 의장 전원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수사를 “연준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미국 경제의 안정성과 직결된다고 지적하며, 사법 권한이 통화정책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의회에서도 여당 일부를 포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법무부 수사의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사안이 해소될 때까지 차기 연준 의장과 이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 절차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번 수사를 “강압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하며, 연준이 독립성을 잃을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렌치 힐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 역시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을 문제 삼은 형사 수사가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13 대 10으로 근소한 의석 우위를 갖고 있는 만큼, 여당 내 이탈이 확대될 경우 대통령의 연준 인사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보도에서 파월 의장이 그동안 대통령의 비판에 공개 대응을 자제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WSJ는 형사 수사 위협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침묵을 유지할 경우, 통화정책 결정의 독립성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공개 반박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날 기사에서 연준의 대응 방식 변화에 주목했다. FT는 연준이 금융위기나 팬데믹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만 내놓아 왔던 주말 성명을, 이번에는 형사 수사 위협에 대응해 공개했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통화정책 논쟁을 넘어, 중앙은행의 독립성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인식을 드러낸 조치라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대통령이 수사와의 직접적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차기 연준 의장 인선과 향후 통화정책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연준을 둘러싼 권한과 독립성 논쟁이 정치권과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통화정책 결정과 인사 절차를 둘러싼 긴장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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