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다시 손잡다…시리에 제미나이 탑재
올해안 시리 대개편 계획
구글 급등 시총 4조달러 근접
애플이 구글과 손잡고 시리와 같은 AI 기능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선보일 시리의 대대적 개편에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와 클라우드 기술이 활용된다.
애플과 구글은 성명에서 “신중한 평가 끝에 구글의 기술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에 가장 강력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으며,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한 애플과 구글의 공동 성명에 따르면, 이번 다년 계약을 통해 애플의 차세대 AI 기반 모델은 구글의 제미나이와 클라우드로 구동된다.
다만 이 모델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애플 기기 내부와 애플의 개인화 클라우드 컴퓨트 환경에서 실행된다. 애플은 계약 조건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고, 구글 역시 공동 성명 외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해 8월 애플이 시리의 새 버전에 적용할 맞춤형 제미나이 모델을 두고 구글과 초기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애플이 구글의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 연간 약 10억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라는 후속 보도도 나왔다.
이번 협력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에 대한 신뢰가 다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구글은 2025년 16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최근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넘어섰다. 발표 직후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한때 시가총액 4조달러를 넘어섰다.
구글은 이미 아이폰 기본 검색엔진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애플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다만 구글이 불법적인 인터넷 검색 독점을 유지했다는 판결로 이 협력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적도 있다. 지난해 9월 법원은 크롬 브라우저 사업 매각 명령까지는 내리지 않아 최악의 결과는 피했고, 이에 따라 애플과 다시 계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월가를 휩쓴 인공지능 열풍에서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 제품과 도구, 인프라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것과 대비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애플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애플은 지난해 대대적인 시리 인공지능 음성 업그레이드를 예고하며 광고까지 진행했지만, 아이폰 출시를 2026년으로 미뤘다. 당시 애플은 기능 구현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해 향후 1년 내 단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애플은 기기 내에서 처리 가능한 기본 명령은 자체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광범위한 일반 지식이나 장문 추론이 필요한 질문이 제기될 경우에만 챗GPT를 호출하는 구조로 오픈AI와 협력하고 있다.
이번 구글과의 제휴가 이 통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애플은 기존 오픈AI와의 계약에 변동은 없다고 밝혔고, 오픈AI는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구글은 지난해 말 업그레이드된 제미나이 3 모델을 공개하며 인공지능 전략에서 진전을 이어가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0월, 2025년 3분기까지 클라우드 부문에서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계약이 잇따랐는데, 그 건수가 이전 2년간 체결한 것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