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권 송전선로 반발, 지방선거 쟁점으로
충남 전북 등 거센 저항
전기 생산한 곳에 공장을
정부가 호남권 등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선로 건설에 착수한 가운데 경로에 위치한 충남 전북 등 주민들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지역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지역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전국행동)은 오는 2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전국행동은 지난해 12월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전북 충남 전남 경기 등의 주민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전기를 생산하지도 소비하지도 않고 길만 내주는 충청권의 경우 지역별로 연일 반대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대부분 시·군을 경유할 것으로 알려진 충남의 경우 천안 공주 금산 등에서 주민들 시위와 지방의회의 반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 역시 최근 최적경과대역에 서구와 유성구 일부 동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종도 지역주민들이 송전선로 반대 시위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들 주민들은 지난 8일 입지선정위원회 회의가 열린 충북 청주 충북C&V센터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를 압박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재 충남 시·군 대부분이 노선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까지는 동부권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면 곧 서부권 주민들도 본격적으로 가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 지사는 “무조건 반대”라며 “송전선로를 만들어 수도권에 산업을 계속 넣는 것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기를 생산하고 경유도 하는 전북은 주민대책위·환경단체에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전북 내 9개 시·군 주민대책위와 환경단체는 송전선로 경유지 주민 1700여 명과 함께 송전망 백지화를 요구하는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이들은 2026년 첫 회기 내 각 시·군의회에서 ‘전북 이전 건의서’를 채택하고 전주·익산역 등 주요 거점에서 범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기업의 입지 선택권을 존중한다면서도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초대형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산업을 위해 장거리 송전망을 확충하는 방식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새만금이 반도체 산업의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용인 반도체 전력·용수 문제 점검 및 새만금 첨단산업 유치 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다루기로 했다.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에 철탑만 세워놓고 수도권 개발용 전력을 빼가는 것은 지역을 에너지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라며 “전력과 용수 공급이 불투명한 용인 대신 3~4년 내 공장 가동이 가능한 새만금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유종준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청와대는 물론 각 정당에 우리의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든 후보는 송전선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주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운·이명환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