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확산에 미 최대 전력시장 ‘정전 경고’

2026-01-14 13:00:01 게재

AI가 13개 주, 6700만명

사용하는 전력망 압박

미국의 인공지능(AI) 붐이 전력망을 한계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시장 운영기관인 비영리 전력망 운영사 PJM이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공급 여력이 빠듯해지면서, 전기요금 인상과 순환 정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PJM은 뉴저지에서 켄터키까지 13개 주에 걸쳐 약 6700만명이 사용하는 전력 수급을 관리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버지니아 북부 이른바 ‘데이터센터 골목(Data Center Alley)’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전력 소비가 매우 많다.

PJM은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가 연평균 4.8%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간 수요 증가가 거의 없던 전력 시스템에서 이례적인 속도다. 마크 크리스티 전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장은 WSJ에 “몇 년 전만 해도 정전 위험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봤지만, 이제는 당장 눈앞의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버지니아 북부에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이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회사 도미니언에너지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로부터 40기가와트가 넘는 전력 공급 요청을 받았다. 이는 최소 1000만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2024년 말 기준 버지니아 전력망 전체 용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도미니언은 2039년까지 최대 전력 수요가 두 배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뉴저지에서는 지난해 6월 전기요금이 약 2% 올랐다. 주지사 당선인 미키 셰릴은 선거 과정에서 전기요금을 핵심 이슈로 내세웠으며, 당선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요금 문제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갈등도 PJM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메릴랜드 주지사들은 PJM 체제에서 이탈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다만 대부분의 주에서는 발전소를 직접 소유하지 않아 실제 이탈은 쉽지 않으며, 연방 정부 승인도 필요하다. 크리스티 전 위원장은 “PJM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 중 하나는 정치”라며 “13개 주가 서로 다른 발전 정책과 인허가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PJM은 지난해 여름 폭염 당시 모든 발전소에 최대 가동을 지시하고, 일부 공장 등 대규모 전력 사용자에게 전력 사용을 줄이면 보상을 주는 수요반응 제도까지 동원했다. 이는 대규모 정전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WSJ는 2021년 텍사스 한파 당시 대규모 정전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한 사례를 언급하며, 순환 정전의 위험성을 전했다.

이에 PJM은 전력망이 극도로 긴장할 경우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내놓았다.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추거나 수요반응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데이터센터에는 예외를 둘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기업들은 이 방안이 데이터센터를 차별한다며 대부분의 조항에 반대했다. 이들은 발전소 건설이나 전력 사용 조정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PJM 경영진과 기술기업, 발전사, 전력회사, 시장 감시기관이 참여한 협의는 합의 없이 중단됐다.

시장 감시기관 모니터링애널리틱스의 조지프 보링 대표는 연방 규제당국에 개입을 요청하며 “충분한 발전소와 송전망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전력망에 편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PJM은 신뢰성을 확보하는 대신 정전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확산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WSJ는 미국 전력망이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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