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디 파월 지켜라' 개미들, 연준의장 편에

2026-01-14 13:00:02 게재

밈 주식 투자자들

SNS에서 응원전

미국 중앙은행 수장이 뜻밖의 응원군을 얻었다. 금리와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워싱턴 정치권과 충돌한 제롬 파월을 두고, 인터넷 밈 주식(온라인 유행과 집단 행동을 계기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종목) 투자자들이 “파월을 지켜라”며 집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백악관의 압박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자, 개인 투자자들이 레딧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파월 의장을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레딧의 대표 투자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에는 “그는 미국의 영웅이다”, “우리는 그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글이 잇따랐고, 수천 건의 추천을 받았다.

한 이용자는 “내 GOAT 파월은 어떤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는다”고 적었다. GOAT(Greatest Of All Time)는 ‘역대 최고’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다. 파월 의장이 정치적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았다는 의미다. 밈 주식 투자자들이 중앙은행 수장을 향해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커뮤니티는 2021년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태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에 맞서 ‘개미 반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월가의 상징적 인물인 연준 의장을 중심으로 다시 뭉쳤다. 파월 의장의 발언 영상이 올라온 게시물은 하루 만에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파월 의장은 이미 ‘온라인 스타’로 통한다. 한 투자자는 “그는 그냥 아우라가 있다”고 평가했다. “게임을 하러 온 사람이 아니고, 사람들은 그걸 알아본다”는 말이다. 파월 의장의 차분한 말투와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각종 밈과 합성 이미지의 소재가 됐다.

파월 의장은 2018년 취임 이후 팬데믹, 급격한 물가 상승, 관세 혼란기를 거치며 통화정책을 이끌어왔다. WSJ에 따르면, 그가 의장직을 맡은 이후 미국 S&P500지수는 163% 상승했다.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젊은 세대를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대디 파월(Daddy Powell)’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금리 발표 때마다 파월 의장이 춤을 추거나 돈을 뿌리는 합성 이미지가 SNS에 퍼졌다. 예측시장 폴리마켓과 칼시에서는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굿 애프터눈”이라고 말할지, “그건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쓸지까지 베팅 대상이 됐다. 파월 의장이 기소될 가능성에 대한 확률도 거래되고 있다.

다만 정책 현실은 냉정하다. 파월 의장은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이후 당분간 추가 인하를 멈출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WSJ는 그 배경으로 물가상승률이 수년간 연준 목표치를 웃돌아온 점을 들었다. 파월 의장은 일요일 밤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이번 갈등의 본질이 “연준이 증거와 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를 계속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라 바인더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파월 의장이 대담하게 나섰지만, 연준은 수세에 몰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파월 의장은 ‘자기 할 일을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트레이더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전례 없는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 사람은 바늘구멍을 완벽하게 통과했다. 역사상 최고의 연준 의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썼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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