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갈등 적은’ 과거사부터 물꼬
‘나라회담’서 수몰 유해 감정 합의 … 수산물·CPTPP는 발표문에서 제외
‘셔틀외교’차 방일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친교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전날 열린 88분간의 ‘나라회담’에서 두 정상은 처음으로 과거사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 조세이탄광 수몰 유해의 공동 발굴·감식 추진에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 나라현의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법륭사)를 둘러봤다. 호류지는 ‘백제관음’이라고 불리는 목조 관음보살입상을 소장한 사찰로 한일 간 오랜 교류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다. 양국 간 갈등사뿐만 아니라 협력의 역사 또한 환기하겠다는 외교적 메시지가 담긴 일정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후 오사카 및 간사이 지역의 동포들과 간담회까지 진행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전날 양 정상의 ‘88분 나라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조세이탄광 유해 공동 발굴 및 감식 추진 합의다. 구체적 내용은 실무협의로 넘겨졌지만 한일 정상이 처음으로 과거사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일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위치한 이 해저탄광에선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인 노동자는 물론 일본인 관리자들도 수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양국의 입장차가 첨예한 사안은 일단 거론을 피하고 양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접근법을 택한 셈이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히며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 뜻깊다”(이 대통령) “양국간 조정이 진전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다카이치 총리)고 말했다.
이는 한일관계의 ‘선순환’을 강조해 온 현 정부의 외교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방일 전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에 대해 “햇빛 좋을 때 실적을 내고, 비 올 때는 그동안 축적된 에너지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저희들이 추구하는 선순환 사이클”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사 외에도 또다른 민감의제였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한국 가입 문제는 정상 간에 논의는 됐지만 공개 발표에선 제외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접근을 위한 양국간 소통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