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덴마크·그린란드, 백악관서 정면 충돌

2026-01-15 13:00:08 게재

‘협의는 계속, 이견 그대로’

매입가 1000조원 추산도

미국과 덴마크,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가 북극 핵심 거점인 그린란드 지위를 둘러싸고 백악관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졌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다만 군사·안보 협력 확대를 포함한 실무협의체 구성에는 합의하며 갈등 관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협의에서 미국은 북극 안보와 미사일 방어를 명분으로 그린란드 확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영유권 문제에 대한 ‘레드라인’을 분명히 했다.

왼쪽부터 그린란드 비비안 모츠펠트 외무장관, 덴마크 라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 루벤 갈레고 민주당 상원의원(애리조나), 리사 머코우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알래스카), 앵거스 킹 무소속 상원의원(메인)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덴마크 측 고위 관계자는 회담 직후 “그린란드를 둘러싼 근본적 이견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라스무센 장관은 “실무그룹은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하되 덴마크 왕국의 레드라인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란드의 미국 이양이나 병합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모츠펠트 장관도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원하지만 미국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회담을 전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가안보 목적을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미국의 확보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덴마크는 모두 나토 회원국이다.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같은 날 그린란드 주둔 병력 증원을 공식화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북극 방위 강화 약속의 일환으로 동맹국들과 협력해 주둔군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안보 공백’ 주장에 대응해 덴마크가 책임 있는 주체임을 부각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린란드의 정치 지도부도 병합 구상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총리는 회담 직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독립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며 “다른 나라가 우리를 차지하려는 시점에 자기결정권으로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코펜하겐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일부가 되느니 덴마크에 남는 편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도 브뤼셀에서 “그린란드는 그곳 주민들의 것”이라며 덴마크·그린란드에 힘을 실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구매’ 시나리오도 검토되고 있다. NBC뉴스는 전직 관리와 학자들의 추산을 인용해 그린란드 매입가가 5000억~7000억달러(약 100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2026회계연도 국방예산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루비오 장관이 “몇 주 안에 구매 제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해당 사안이 대통령의 높은 우선순위라고 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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