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은행지주 지배구조 일시에 특별점검…CEO·사외이사 선임절차 집중
대통령·금감원장 ‘CEO 셀프연임’ 지적
이사회와의 참호구축 막는 제도개선 추진
‘CEO 검증·견제’ 사외이사 역할에 초점
4대 지주 사외이사 72% 임기 만료 앞둬
금융감독원이 8개 은행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한 특별점검을 통해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부패한 이너서클’에 의한 지배권 행사를 언급한 이후 금감원이 본격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19일부터 23일까지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iM금융지주·BNK 금융지주·JB금융지주 등 8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실제 운영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 금감원의 특별점검이 최근 연임을 앞둔 금융지주 회장들의 인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사외이사들의 대거 교체로 이어져 향후 회장 인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이찬진 금감원장도 이달 5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과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회사와 이사회, 주주 그리고 그 밖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일련의 관계’를 말한다. 경영진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견제하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는 기업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금감원은 “지배구조의 형식적 외관(내규, 조직 등)보다 그간 언론 등에서 제기한 문제 및 금감원의 현장검사 지적사례 등을 바탕으로 지배구조의 건전한 작동 여부, 모범관행 취지를 약화시키는 형식적 이행 등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2023년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업계·학계와 함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했고 2024년부터 은행권은 모범관행을 이행하고 있다.
모범관행은 △CEO 선임・경영승계절차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이사회·사외이사 평가체계 △사외이사 지원조직·체계 등에 관한 핵심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모범관행 시행 이후 은행권의 지배구조가 내규 정비, 위원회 구성 개선, 체계적 절차 마련 등 외형적·제도적 측면에서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운영 단계에서 편법적으로 우회하는 사례들을 지적했다.
금감원이 꼽은 지적 사례를 보면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회장 후보자 롱리스트 선정 직전 이사의 재임 가능 연령(만 70세) 규정(지배구조 내부규범)을 함영주 회장에게 유리하게 변경하고 연임을 결정했다. 2024년 하나금융그룹이 회장 재임 중 만 70세를 넘겨도 임기 3년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바꿈에 따라 당시 만 68세로 연임에 도전한 함 회장이 2028년까지 재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내·외부 후보군 대상 후보 서류 접수기간이 추석 연휴와 맞물리면서 일수로는 15일이지만 영업일 기준으로는 5일에 그쳤다.
신한은행의 경우 BSM(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확보를 위한 관리지표) 상 전문성 항목을 자의적으로 해석(상호 상관성이 없는 소비자보호 및 리스크관리를 단일 전문성 항목으로 운용 등)하는 등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다양성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평가시 외부평가기관 등 객관적 평가지표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히 설문방식으로만 평가했고 그 결과도 평가대상 전원에 대해 재선임 기준 등급(우수) 이상을 부여하는 등 평가의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모범관행의 형식적 이행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통한 참호구축 등으로 CEO 선임과정에서 이사회의 실질적 검증 기능이 약화돼 잦은 셀프연임 발생 △이사회 및 각종 위원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수준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견제·감시 기능 약화 등을 지적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은행지주 이사들의 개인별 역량과 자격뿐만 아니라 개별 이사를 합한 총체적 측면인 ‘집합적 정합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핸드북’에는 사외이사 선임절차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현행 이사회에 대한 역량평가 → 미래 필요한 역량 설정 → 차이(GAP) 분석 → 부족한 역량보완’ 등 분석과 평가를 토대로 가장 최적화된 이사회 구성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도록 한 것이다.
또 사외이사 후보자를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평가해 임기 만료 등에 따른 사외이사 선임사유 발생시 사외이사 선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했다.
이와함께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방법 △선임절차 개시시점 △후보추천 및 평가방법 △선임절차를 담당할 위원회 운영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해서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금감원은 “점검결과를 토대로 은행지주별 우수사례와 개선 필요사항 등을 발굴해 향후 추진될 ‘지배구조 선진화 TF’ 논의 등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별도로 은행권과도 공유해 은행의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말 임기 만료를 앞둔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전체 32명 중 23명으로 약 72%에 달한다. KB금융지주 7명 중 5명, 신한금융지주 9명 중 7명, 하나금융지주 9명 중 8명, 우리금융지주 7명 중 3명이다.
금감원이 특별점검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과 사외이사 평가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경우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될 수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16일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당초 금감원이 지배구조 개선 TF를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금융위가 전체적인 제도개선을 주도해나가기로 했다. 따라서 모범관행으로 명시된 현재 지배구조 관련 내용이 법과 시행령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