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주 강세…올해 나스닥 앞질렀다
AI·로봇·우주산업이 주도
경기부진속 기술주만 독주
중국 기술주가 올해 들어 미국 나스닥 수익률을 웃돌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으로 중국 경제 전반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은 뚜렷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중국 본토의 기술주 지수(과창판 지수)는 이달 들어 약 13% 상승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 지수도 약 6% 올랐다. 두 지수 모두 같은 기간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을 넘어섰다. 중국 기술주 랠리는 지난해 4월 이후 이어진 중국 증시 강세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중국의 자체 기술력에 대한 투자자 기대가 있다. 상업용 로켓, 로봇, 비행 자동차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성과가 이어지면서 중국이 저비용 제조국을 넘어 미국 기술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비우스 이머징 오퍼튜니티스 펀드의 마크 모비우스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은 중국이 기술 분야에서 앞으로 매우 흥미로운 일을 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중국의 목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이며, 자금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는 지난해 딥시크가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공개한 이후 더욱 커졌다. 이후 알리바바그룹과 텐센트홀딩스 등 중국 인터넷 대기업 전반에서 생성형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됐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대형 언어모델이 정밀 공작기계와 비행 택시 같은 첨단 장비에 적용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중국 AI 관련 33개 종목으로 구성된 종목군의 시가총액은 지난 1년간 약 7320억달러 증가했다. 제프리스는 중국 AI 산업의 시가총액이 미국의 6.5% 수준에 불과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열기는 기업공개(IPO)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상장한 중국 AI 관련 기업들이 상장 직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후속 기업들의 상장 추진도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기업 샤오펑의 비행차 부문, 로켓 제조사 랜드스페이스테크놀로지,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업 브레인코 등이 상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I 반도체 업체 캠브리콘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20배에 달한다. 중국 로봇 관련 지수도 예상 실적 기준 40배를 넘으며 나스닥100의 25배보다 높다. 중국 당국이 최근 신용거래를 조이는 조치를 내놓은 것도 기술주 일부에서의 투기 과열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기술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조한다. 가브칼리서치 테크 애널리스트 틸리 장은 “중국의 저비용 AI 모델 전략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딥시크 이후 중국은 값싸고 충분히 쓸 만한 모델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분기 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딥시크의 차세대 R2 모델과 3월 발표 예정인 중국의 새 5개년 계획이 추가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R2 모델이 “초저비용에 최첨단 성능을 갖춰 다시 한번 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