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행정통합 바람에 분도·편입론 ‘쏙’
경기도 단골 이슈 ‘분도’ 여당후보 ‘외면’
국힘 주도 ‘서울편입’ 구리 외엔 ‘제자리’
6.3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광역 행정통합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2년 전 총선과 지난해 대선 때 경기지역에서 뜨거운 쟁점이 됐던 ‘경기북부 분도(특별자치도 설치)’와 ‘김포 서울편입’ 이슈는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대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지방 이전’과 ‘수도권 폐기물 지방 처리’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갈등사안이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1일 경기도와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아직까지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여야 후보들 사이에 ‘경기북부 분도’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후보는 없다. 경기도 분도론은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처음 제기한 뒤로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거론된 ‘단골 이슈’다.
하지만 도지사 후보 경쟁이 치열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분도’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자격심사를 신청한 인사는 김동연 지사와 권칠승·김병주·염태영·추미애·한준호 국회의원과 양기대 전 국회의원 7명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경기도 분도에 부정적이거나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경기북부는 분도보다 산업 기반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며 ‘시기상조’란 입장을 분명히했기 때문이다. 취임 후엔 ‘5극 3특’ 전략에 따라 행정통합을 이룬 지방정부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멈춰섰던 전북 완주·전주, 충남 서산·태안과 천안·아산 등 기초지자체 통합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주자들도 ‘경기북부 분도’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경기북부가 지역구인 김병주(남양주을) 한준호(고양을) 의원은 경기북부 분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앞장섰던 김동연 지사 역시 당장 주민투표 등 절차를 진행하기보다 인프라 구축 등 ‘경기북부 대개조’에 주력하겠다며 두루뭉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쪽은 아직 경기지사 후보군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반대로 경기북부 기초단체장과 더불어 도지사 선거 이슈로 ‘경기북부 독립(분도)’을 부각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지방의원은 “지난 총선과 반대로 여당은 통합, 야당은 분도 이슈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이 주도했던 ‘서울 편입론(서울메가시티)’도 동력을 잃은 상태다. 당시 경기 김포·구리 등 서울 인접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 등이 주장한 서울편입론에 한동훈 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가세하며 불을 붙였다. 한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실제 서울편입 관련 행정절차를 논의하는 곳은 구리시가 유일하다. 구리시는 전담팀을 꾸려 연구용역과 시민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의회 의견 청취까지 거쳤다. 반면 김포시는 서울시와 공동연구반을 운영하며 진행했던 논의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시와 하남시도 한발 물러서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전력·용수 공급문제로 비롯된 이전 논란은 청와대가 ‘검토하지 않았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 사과 요구’ 등 정치 공방은 물론 전력공급망 구축을 위한 지방과의 상생 방안이 제시되는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여기에 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서울·경기지역 폐기물을 충북 등 타 지역에서 처리하면서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지역 한 여권 인사는 “이번 지방선거는 행정통합이 전체 선거판을 흔들고 있는 형국”이라며 “역대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던 ‘분도’ 문제와 ‘메가 서울’ 등 일극주의적 발상은 힘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