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안전 챙기고 주민·상인과 새해 덕담

2026-01-21 13:00:23 게재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야간 안전 순찰’

자율방범대장·동장 함께 15개 동 순회

“방범 순찰 중입니다. 골목 돌다가 인사드리려고 들어왔습니다.” “오~ 힘내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옛 회기시장 인근 골목. 저녁 9시 가까운 시간 이필형 구청장이 청년들이 가득한 선술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술잔을 기울이던 청년들이 반갑게 맞는다. “학교에서 만나 적 있는데 기억하시냐”며 “소주 한병 정도는 사주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건넨다. 이 구청장은 “대학에 자주 간다”며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가 되기 때문에 아쉽다”고 받아넘겼다.

21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이필형 구청장은 지난해 말부터 밤거리를 살피며 주민들 안전을 챙기는 ‘야간 안전 순찰’을 이어오고 있다. 저녁 시간에 상점가 등이 밀집한 골목길을 돌며 각종 안전 관련 시설물을 점검하면서 주민·상인들과 덕담을 나눈다.

회기동 음식점에서 모임을 하던 청년들이 야간 안전 순찰에 나선 이필형 구청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동대문구 제공

시작은 이문2동이었다. 지난해 연말 수도권 전철 신이문역과 이어진 일명 ‘토끼굴’과 고가 아래쪽 안전이 우려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낯선 외부인들과 흡연자가 몰리고 우범지대화되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구청장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이필형 구청장은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자칫 주민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인원을 최소화했다”며 “동대문구 자율방범대장과 동 자율방범대장, 동장까지 네명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매주 한두차례 동별로 나선다. 회기동에서는 회기역 사거리에서 출발해 취객들이 몰리는 옛 회기시장 인근 먹자골목과 경희대병원 인근, 청량초등학교 뒷골목, 화려한 전등으로 꾸민 회기랑길 등을 둘러봤다. 초등학교 인근에 설치된 비상벨을 눌러 관제센터 근무자가 잘 대응하는지 살폈고 어두운 언덕길에서는 보안등 상태를 점검했다.

방범 조끼에 ‘동대문구청장 이필형’ 명찰이 더해지자 골목을 걷던 주민과 상인, 모임·회식을 하던 음식점 손님들까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저녁 늦게 고생이 많다”며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하고 “우리 동네를 찾아줘 감사하다”는 구청장 인사에 “자주 오겠다”고 화답한다. 특히 학생회 활동을 하며 구청장과 연을 맺은 청년들은 “찍기를 잘했다”고 반겼다. 즉석에서 명함을 건네거나 ‘어느 동네 산다’고 밝히는 중년층도 있다.

손님이 없어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는 분식집과 카페, 갈비집과 치킨집에서는 “장사가 안돼도 서로 힘내자”고 응원을 주고받았다. 새로 문을 연 제과점 주인과는 손을 맞잡고 가게가 잘되길 기원했고 “25년간 한 자리에서 장사를 했는데 지금이 가장 힘들다”는 점포에서는 야식을 사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자치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가슴 아프지만 서로 응원과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고들 하신다”며 “나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구청장이 나선 효과를 체감한다. 윤신헌 동대문구 자율방범대장은 “요즘 신규 대원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문동에서 야간 안전 순찰하는 모습을 지켜본 주민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유창근 회기동 대장은 “일상적으로 순찰을 하는 자율방범대와 주민단체 활동을 홍보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동대문구는 15개 동 전체에서 야간 안전 순찰을 진행하는 한편 민·관·경 합동 취약지역 순찰, 학생 1인가구 아동 등 동선을 촘촘히 챙기는 ‘안심 사업’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안전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 일상과 연결된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주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촘촘히 다듬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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