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0년물 국채 금리 4% 첫 돌파

2026-01-21 13:00:01 게재

감세·재정 확대 공약에 투자자 이탈

글로벌 채권·주식시장 파장 우려

일본 국채 시장에서 매도세가 거세지며 초장기물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정치 불확실성과 재정 확대 우려가 겹치면서 일본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일본 4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4.01%를 기록했다. 2007년 발행이 시작된 이후 최고치이자, 일본 국채 가운데 만기 구분 없이 4% 선을 넘어선 첫 사례다.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급등했다는 것은 그만큼 매도 압력이 강했다는 의미다.

FT는 이번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정치 일정과 재정 정책 변화를 꼽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2월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대규모 경기 부양과 세금 인하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국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1350억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 계획을 공개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식료품에 적용되는 소비세 8%를 2년간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JP모건프라이빗뱅크의 아시아 거시 전략 책임자인 탕위쉰은 FT에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약 200% 수준인데, 정부가 재정 지출을 더 늘리려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초장기 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실시된 20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응찰률이 3.29배에 그쳐 최근 1년 평균을 밑돌았다.

블룸버그도 같은 날 일본 국채 매도세가 한층 깊어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0년물 금리는 4%까지 치솟았고, 20년물 금리는 부진한 입찰 여파로 하루 만에 13.5bp(0.135%) 급등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20년물 금리는 약 70bp(0.7%) 상승했고, 30년물과 40년물 금리도 각각 60bp(0.6%) 안팎 뛰었다.

도쿄의 레조나자산운용에서 최고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는 후지와라 다카시는 블룸버그에 “현재 일본 채권시장은 사려는 쪽이 거의 없고, 매도는 멈추지 않는 상태”라며 “다만 식료품 세금 인하 공약이 이미 가격에 반영된 만큼, 선거 전에는 하락이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주요 우려다. 블룸버그 전략가들은 일본 초장기 국채 금리 상승이 미국과 호주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처럼 오랜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해온 국가의 장기 금리가 오를 경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등 주요국 기준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식시장에서는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아직 뚜렷한 현금 흐름이 없는 성장주들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며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이미 실적과 현금 흐름이 견조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것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는 또 일본 보험사들이 지난해 12월 만기 10년 초과 국채를 8224억엔어치 순매도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초장기채 매도를 기록한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FT와 블룸버그는 일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단순한 국내 이슈를 넘어 글로벌 자산 가격 재평가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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