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디슨<초음파 진단장비 제조사>, 관세처분 취소소송 2심 패소
일본서 절삭장비(관세율 8%) 수입하며
반도체 웨이퍼 절단용(관세율 0%) 주장
법원 “반도체 전용 장비로 보이지 않아”
초음파 진단장비 제조사 삼성메디슨이 관세당국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9-2부(김동완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삼성메디슨이 부산세관장과 인천공항세관장을 상대로 ‘2억원의 관세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관세경정거부처분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삼성메디슨은 2017~2020년 일본으로부터 5종의 자동절삭장비를 수입하면서 관세당국에 품목번호 ‘HSK8479호’로 수입신고 했다. HSK8479호는 ‘특정 목적의 비표준 기계’로 8%의 기본세율을 적용 받는다.
그러다 삼성메디슨은 2019년 해당 수입품의 품목번호를 HSK 8486호(반도체 웨이퍼 가공용 기계)로 바꿔 신청했다. 반도체용 기계는 WTO 협정세율 0%를 적용 받는다.
하지만 관세평가분류원은 해당 수입품을 ‘HSK8464호’로 분류하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돌 도자기 콘크리트 석면시멘트나 이와 유사한 광물성 물질을 가공하는 공작기계, 또는 유리의 냉간 가공용 공작기계로 8%의 기본세율을 적용 받는다.
이에 대해 삼성메디슨은 2022년 인천·부산세관에 관세경정을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부산세관은 2022년 11월 삼성메디슨이 수입한 4건의 장비에 1억8633만원, 인천공항세관은 1건의 장비에 1309만원 등 모두 1억9942만원의 관세를 부과했다.
삼성메디슨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2024년 12월 인천지방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해당 수입품이 객관적인 구조나 기능 면에서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전용되거나 주로 사용되는 기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각 물품의 사양서 등에 따르면, 원고의 주장과 같이 반도체 웨이퍼의 제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각 물품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사용되기에 적합하도록 제작돼 있고, 그외 다른 대상물을 가공·절단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구조적 장치를 필요로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물품은 반도체 웨이퍼뿐 아니라 유리, 세라믹, 광학 부품, 마그네틱 헤드 등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대상물들을 절단·가공하는 데 필요한 구조와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추가적인 장치 없이도 가공대상의 모양, 크기, 두께 등을 설정하면서 다양한 소재들에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전용되거나 주로 사용되는 기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오락가락 행보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메디슨은 최초 HSK 8479로 분류해 수입신고 했지만, 관세경정청구 당시와 1심에선 HSK 8486.40호(반도체 웨이퍼, 집적회로, 평판디스플레이 제조 전용 장비 중 특정 공정 장비)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에선 8486.20호(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노광장비)에 속하는 물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스스로 품목분류에 일관된 견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메디슨은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주력 제품으로 삼아 전세계 100여개국에 수출한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