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무력 접고 협상 전환
그린란드병합 갈등 새 국면 돌입 … ‘안보+자원’ ‘타코(TACO) 트레이드’ 재점화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북극 전체에 대한 미래 합의의 틀(framework)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합의는 미국과 모든 나토 회원국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며 2월 1일부터 발효할 예정이던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를 비롯해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8개국이 그린란드 방어를 이유로 병력을 파견하자 2월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 25%의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그린란드 병합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군사 옵션까지 거론되자 미국과 유럽 간 무역·안보 갈등이 급격히 고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관세 철회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연설에서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그는 다만 그린란드를 “세계 평화와 방어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규정하며 미국의 안보 이해와 직결된 지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북미 대륙의 일부이자 서반구 최북단 경계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표현하며 “그린란드의 완전한 소유권(ownership)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도한 힘과 강압을 사용하지는 않겠다”며 협상 중심 접근을 강조했다. 동시에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예’라고 답하면 감사할 것이고 ‘아니오’라고 하면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말해 협상이 교착될 경우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합의 구상에 미국의 차세대 공중·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Golden Dome)’과 광물권(mineral rights)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극 전체와 그린란드 문제는 본질적으로 안보 문제”라며 해당 합의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행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그린란드가 미사일 조기경보·요격 체계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희토류 등 전략 광물 매장 가능성도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관련 협상 실무를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특사 등이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필요할 경우 다양한 인물들이 협상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나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장 변화의 배경으로는 나토 동맹 균열에 대한 부담과 금융시장 상황이 함께 거론된다. 실제로 유럽의회는 미국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에 반발해 미·EU 무역협정 승인 절차를 보류했고 유럽 일각에서는 보복 관세 가능성도 제기됐다. 관세 부과 방침이 알려진 이후 뉴욕 증시가 출렁이는 등 시장 불안이 확대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다보스 연설에서 “그린란드 문제로 우리 주식시장이 하락했다”며 시장 반응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관세 철회와 무력 사용 배제 발언은 금융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21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588.64p(1.21%) 오른 49,077.23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8.76p(1.16%) 상승한 6,875.62, 나스닥종합지수는 270.50p(1.18%) 오른 23,224.82로 거래를 마쳤다. 또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달러 강세와 함께 ‘셀 USA(Sell America)’ 흐름도 일부 되돌려졌다. 특히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 종목이 강하게 반등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이상 급등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 이후 결국 후퇴하는 패턴을 반복한다는 의미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레이드’가 재현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