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매월 개최 정례화한다
조정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 … 회부사건 2~3배 늘 듯
금융사에 합의권고 없이 회부 확대, 다양한 조정 선례 제시
‘편면적 구속력’ 도입되면 조정 실효성 커져, 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감독원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매월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정례화를 추진한다.
분조위 조정 성립은 ‘재판상 화해’ 효력(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해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금감원은 분조위 개최를 활성화해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금융분쟁조정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3월부터 분조위를 매월 개최할 예정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매월 2회 정기적으로 개최하지만, 분조위는 필요시 개최로 운영돼왔다.
최근 3년간 분조위 회부 사건을 보면 2023년 13건, 2024년 14건, 지난해 14건으로 금감원에 접수된 전체 분쟁 건수(3만~4만건) 대비 0.03~0.04%에 그쳤다.
금감원이 분조위 개최를 정례화하면 회부 사건은 예전에 비해 2~3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분조위를 전담하는 소비자권익보호국을 신설했다. 그동안은 분쟁조정국에서 분쟁조정 업무와 분조위 개최를 모두 맡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부담으로 인해 분조위 회부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조정 성립 사건의 경우 조정결정서가 사실상 판결에 준하는 기준이 되며 유사한 사건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피해배상 여부와 규모를 판단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분조위 사건 회부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사안별 검토와 당사자 의견수렴이 반복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여된다.
금감원은 분조위 회부 전에 진행하는 ‘당사자 합의권고’ 절차에 대한 운영방식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따르면 금감원장은 접수된 사건 중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가 합의하도록 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의 경우에는 구두 또는 서면으로 당사자에게 합의할 것을 권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합의권고 조항’이 분조위 회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권고를 하지 않고 직권으로 사건을 분조위에 회부할 수 있는 조항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분쟁조정세칙은 예외적으로 △신청인이 주장하는 권리나 이익 중 조정위원회가 인용할 개연성이 있는 부분의 가액 △신청된 분쟁조정의 조정결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는 금융소비자의 규모 △신청된 분쟁조정과 유사한 조정위원회 결정례 또는 법원 판례의 존재 △기타 분쟁의 신속하고 원활한 해결을 위한 사항 등을 고려해 합의권고가 적당하지 않을 경우 분조위에 회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분조위 결정을 통해 선례가 나올 경우 배상 범위를 유사 사건으로 확대해야 하는 만큼, 분조위 회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합의권고를 받아들여 최대한 분조위로 사건을 끌고 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금감원이 분조위 회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합의권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에 합의권고를 하지 않고도 사안을 검토해서 분조위 심의의 실익이 있다고 판단되면 안건을 직접 상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하고 현재 도입을 추진 중인 ‘편면적 구속력’ 제도가 시행될 경우 분조위 결정의 실효성이 커지고 금융소비자보호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편면적 구속력’은 소액분쟁(2000만원 이하) 조정사건에서 금융소비자가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락하면 금융회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이 성립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2024년 기준 분쟁금액 2000만원 이하의 분쟁건수가 전체 분쟁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8%에 달한다.
편면적 구속력 적용 대상은 소액분쟁사건으로 제한돼 있지만 해당 분쟁조정을 통해 나온 결정서는 유사한 고액 사건의 쟁점을 판단하는데도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회사들의 배상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재판청구권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편면적 구속력을 적용할 소액분쟁조정사건 범위를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 근거를 마련하고, 민법상 재심사유, 분쟁조정 절차상 하자(재량권 일탈) 등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금융회사가 소액사건 조정안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보완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따라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될 경우 일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소송에 비해 비용과 절차가 간소한 금감원 분쟁조정제도를 오·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급증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민원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점검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