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 개막…유동성·실적·정책 결합된 결과
반도체 중심으로 상장사 실적 빠르게 개선
정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효과
꿈의 지수로 여겨졌던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렸다. 1956년 처음 제정된 증권거래소법을 기반으로 대한증권거래소가 설립돼,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첫 거래를 시작한 지 70년 만의 기록이다. 코스피 5000선 돌파는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 환경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상장사 실적 개선과 만성적이던 우리 증시의 저평가(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해 주식을 가계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부양책이 등 삼박자가 결합한 결과로 분석된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 넘게 급등하면서 장중 5000선을 넘어섰다.
이날 오전 9시 13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3.04포인트(1.89%) 오른 5002.97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5016.73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07포인트(0.85%) 오른 959.36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9% 상승한 959.77에서 출발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만 3092억원 규모로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2184억원, 777억원씩 순매도 중이다.
코스피 지수는 1980년 1월 100으로 시작해 1989년 3월 처음 1000포인트를 뚫었고, 18년 만인 2007년 7월 ’2000 시대’를 맞았다. 코스피가 3000선에 오른 것은 코로나 사태 직후 ‘동학개미 운동’ 덕분이다. 2000포인트에서 3000포인트가 되기까지 13년 5개월이 걸렸는데, 약 4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27일에는 4000포인트를 넘었다. 이후 약 3개월 만에 코스피는 5000선까지 넘어섰다.
코스피 상승의 중요한 요인은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 상승세가 가팔라졌고 미국 기술주 약세로 반도체주가 ‘숨 고르기’를 하자 여타 대형주로 매수세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는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거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투톱의 주가 약세 기간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피를 지지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에서 다른 주도주로 돌고 도는 순환매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장사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 급등했음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의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약 465조원으로, 지난해보다 6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적인 AI(인공지능) 투자 열기 속에 최고 전성기를 맞은 반도체 업종 이익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의 한국 증시 저평가해소 정책도 코스피 5000시대 개막의 일등 공신이다. 지난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상법 개정 등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을 입법하며 지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고, 소액 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도 의무화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인하됐고, 상장사가 가진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코스피에 강력한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간 코스피 시장은 구조적으로 주식수 증가가 주당순이익(EPS) 성장을 제약해왔다”며 “향후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면 코스피 상장주식수는 연평균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코스피 밸류에이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보다 주주환원을 위한 주식 소각 규모가 커지면서 ‘공급 축소형 시장’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며 “국내 증시가 ‘희석’의 시대를 끝내고 ‘환원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신호”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