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개혁’ 내세웠지만 내부 연관 인사 다수
농협개혁위 인선 두고 논란 지속 … 회장 책임론도 거론
잇단 비위·방만 경영 논란에 농협중앙회가 ‘외부 중심 개혁’을 내걸고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농협 안팎에서 위원 구성과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개혁위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농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일 서울 중구 중앙회 본관에서 제1차 회의를 열고 학계·농업인단체·소비자단체·법조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농협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장은 이광범 법무법인 LKB평산 이사회의장(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맡았다. 개혁위는 지난 13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지배구조,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다.
농협측은 개혁위가 외부위원 11명, 내부위원 3명 등 총 14명으로 꾸려져 외부 비중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외부위원 가운데 농협 계열사 사외이사 경험이 있거나 농협과 직·간접적 인연이 있는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어, 외부 개혁이라는 취지와의 관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광범 위원장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NH농협은행 사외이사를 지냈고, 민승규 위원(세종대 석좌교수)은 NH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도 지난해 NH투자증권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NH저축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개혁 대상 조직과 일정한 연관성을 가진 인사가 포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시각도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단장을 맡았고, 오 전 수석은 이재명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이러한 이력을 두고 개혁위 논의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향후 과제로 거론된다.
농업계 인사 구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노만호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상임대표, 류진호 한국4-H중앙연합회 회장,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장 등 일부 위원은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부성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농협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과 일부 시민·농민단체는 현 집행부가 개혁위 구성과 운영에 관여하는 구조에서 충분한 점검이 가능할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이들은 강 회장의 책임론도 제기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감사에서 지적된 내부 통제 관련 사안이 구조적 문제로 해석되는 만큼, 제도 개선 논의와 함께 책임 소재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지배구조 개편과 내부통제 재설계, 윤리경영 등 핵심 과제를 다룰 전문성과 운영 방식이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농협을 이해하는 인사를 중심으로 외부 시각을 반영해 위원을 구성했다”며 “개혁위를 통해 제도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농협개혁위가 향후 어떤 범위의 개혁 과제를 다루고, 논의 결과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개혁의 성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김성배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