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서 빠진 돈, 신흥국 ETF로 이동
미국 ETF 대규모 자금 유출 아시아 비중 높은 ETF 강세
미국 자산에서 이탈하는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신흥국 상장지수펀드로 이달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록의 대표 신흥국 ETF인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신흥국 ETF(IEMG)에는 이달에만 약 60억달러 (약 8조8000억원)가 순유입됐다. 2012년 설정 이후 최대 월간 유입 규모로, 종전 기록이었던 2025년 11월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펀드는 신흥국 주식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2일 하루에만 6억3900만달러의 신규 자금이 들어왔다.
이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군으로 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아시아 기술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시장을 대체할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미국 주식에 연동된 세계 최대 ETF 가운데 하나인 SPDR S&P 500 ETF는 이달 들어 134억달러가 빠져나가며, 3월 이후 최악의 월간 자금 유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관련 발언이 시장을 흔들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이다.
두 펀드의 공통점은 포트폴리오의 약 70%가 대만,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 4개 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가속화는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분산 투자 흐름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에 대응해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노출을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재정 건전성과 경상수지, 정책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양질의 신흥국이 오히려 선진국보다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앨런 시우는 미국 위험자산에서 벗어나려는 주식과 채권 전반의 분산 투자 흐름은 지난해 ‘해방의 날’ 이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며칠이나 몇 주 만에 뒤집힐 수 있는 일일 뉴스가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새로운 질서로 굳어질지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시장이 그 결론에 도달하면 자금 이동이 물결처럼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신흥국 주식은 미국 주식 대비 뚜렷한 초과 성과를 내고 있다. MSCI 신흥국 지수는 22일 1.1% 상승하며 1월 누적 상승률을 6.6%로 끌어올렸다. 3년 만의 최고 출발이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 상승률은 1.2%에 그쳤다. 이는 신흥국 주식이 미국 주식 대비 연간 기준으로 초과 성과를 기록한 첫 해였던 2017년 이후 흐름을 잇는 모습이다.
MSCI 신흥국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 수위가 완화되며 대서양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자 사상 최고치를 다시 회복했다. 인공지능 관련 주식 랠리도 밸류에이션 부담 우려 속에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