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JP모건 상대 50억달러 소송

2026-01-23 13:00:06 게재

계좌 폐쇄는 정치 보복

금융규제 주도권 되찾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JP모건체이스와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5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 이후 정치적 이유로 은행 계좌를 부당하게 폐쇄당했다는 주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법원에 소장을 제출해, JP모건이 2021년 2월 자신과 가족 사업체의 계좌를 일방적으로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계좌에는 수백만달러가 예치돼 있었고, 은행은 두 달 내 모든 계좌를 정리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트럼프는 JP모건이 당시 정치적 흐름을 고려해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며, 이후 다른 은행들까지 트럼프 일가와의 거래를 꺼리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해 CNBC 인터뷰에서 “JP모건 거래 중단 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다른 은행들과의 거래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일 안에 거래를 정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JP모건은 계좌 폐쇄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법적·규제적 위험 때문이었다는 입장이다. 은행 대변인은 “소송에 근거가 없다고 본다”며 “규정과 감독 당국의 요구로 불가피한 경우 계좌를 닫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퇴임 이후의 개인적 경험을 계기로, 은행들이 화석연료·암호화폐·총기 산업을 배제하거나 기독교인의 계좌를 닫는 등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는 보수 진영 및 산업계와 보조를 맞추게 됐다고 소장은 전했다. 그는 2024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쟁점화했고, 지난해 8월 관련 행정명령을 내렸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트럼프그룹이 암호화폐 사업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는 점이다. 아들 에릭 트럼프는 새 은행을 찾다가 암호화폐의 잠재력을 보게 됐고, 이후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기술 투자자들의 지지까지 얻어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앞서 캐피털원 은행을 상대로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월가에서는 트럼프의 ‘디뱅킹(은행의 정치적 거래 거부) 근절’공세가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당국과 대형 은행을 동시에 압박하며 금융 감독의 주도권을 되찾는 한편,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용카드 금리 상한 같은 민감한 현안을 앞두고 은행권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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