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거래 이어 모의평가 유출 적발
교사·강사 연루 사건 잇따라 … 관리 부실 지적 속 교단 신뢰 논란
학원 강사와 현직 교사 간 시험 문항 거래 사건이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진 가운데, 이번에는 수능 모의고사 문제가 채팅방을 통해 사전에 유출된 정황이 드러났다. 시험 관리와 관련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교직사회 전반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22일 수능 모의평가 문제지를 사전에 유출·유포한 현직 고등학교 교사 3명과 학원강사 43명 등 모두 46명을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4차례 실시된 수능 모의평가와 전국연합학력평가 과정에서 문제지와 정답·해설지를 공개 시점 이전에 외부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특정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시험 관리 과정 전반의 허점과 맞물려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고등교육법은 수능 모의평가 문제를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을 기준으로 매 교시 종료 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문제지 보관과 관리 절차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시험 전 배송된 문제지가 담당 교사 개인에게 보관됐고, 봉인 상태 점검이나 접근 기록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 관리 책임자들 가운데 관련 규정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대학원 선후배 관계였던 교사 A씨와 학원강사 B씨가 문제지를 사전에 유출하기로 공모해 학교로 배송된 문제지와 정답·해설지 봉투의 봉인을 무단으로 개봉하고 이를 외부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친분 관계를 중심으로 자료가 공유되며 유출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 경찰 판단이다. 일부 강사들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채팅방을 개설해 문제지를 공유하고, 해설지를 조기에 제작해 활용한 정황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문제 유출과 관련해 금전 거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모의평가가 내신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관련 규정 위반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은 앞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시험 문항 거래 사건과 함께, 시험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검찰은 사교육업체 관계자와 전·현직 교사 등 46명과 대형 입시학원 2곳을 수능 관련 문항을 부정하게 거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일부 사교육업체는 수능 모의고사 출제위원이나 EBS 교재 집필 경험이 있는 교사들로부터 문항을 제공받고 대가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시대인재측이 2020~2023년 교사들에게 약 7억원, 강남대성측이 약 11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문항 제공 및 재사용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잇따른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시험 문항 거래와 관련한 제재 규정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원 강사나 학원 운영자의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학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시험 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제도 개선과 별도로 시험 관리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시험의 공정성은 규정과 처벌뿐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주체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며 “관리 체계와 윤리 의식 전반에 대한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모의고사 유출 사건과 문항 거래 논란은 시험 관리와 교직사회 신뢰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