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귀한 ‘은’ 5년 연속 공급부족

2026-01-23 13:00:06 게재

은 가격 2015년 15달러에서 96달러로 폭등

태양광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수요 급증

국제 은(Silver) 가격이 23일 온스당 96.27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은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혁신의 핵심 광물로 부상하면서 세계 은 시장은 유례없는 공급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은 가격이 단기적으로 온스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과 기술적 조정이 올 것이라는 경고가 엇갈리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원자재임에는 분명하다.

◆누적 부족량 8억온스 넘어 = 세계 은 산업을 대표하는 비영리국제협회 실버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세계 은 시장은 2025년 약 9500만온스의 공급부족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한 누적 공급 부족량은 8억2000만온스에 달한다.

은 시장의 급격한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수년간 소폭의 공급과잉을 유지하던 시장은 2021년 수요가 11억1200만온스로 급증한 반면 공급은 10억2300만온스에 그치며 공급부족으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수요가 13억600만온스까지 치솟으며 2억7200만온스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공급부족 현상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 2015~2019년 온스당 평균 15~17달러이던 은 가격은 2021년 25달러를 돌파하더니 2025년 중국의 수출제한과 지정학적 위기 등이 겹치며 80달러를 넘어섰고, 현재 1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도 눈에 띈다. 금과 은의 가격 비율(금/은 비)은 지난해 107이라는 기록적인 고점을 찍은 후 11월 78을 거쳐 현재 7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상장지수펀드(ETP) 보유량 역시 약 18% 증가하며 안전자산이자 전략 자산으로서 은에 대한 투자 열기를 증명하고 있다.

◆미·중 ‘은 전쟁’ 핵심광물로 부상 = 은 수요 급증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그린 에너지’ 전환이다. 은은 모든 금속 중 최고의 전기 전도율을 가지고 있어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2025년의 경우 태양광 설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모듈당 은 사용량을 줄이려는 기술적 노력(절약 심리)에도 전체 수요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전기차 판매 증가가 맞물리며 은은 단순한 장신구용 금속이 아닌 ‘차세대 산업의 쌀’로 불리고 있다.

반면 공급은 정체돼 있다. 멕시코와 러시아의 일부 생산량 증가가 페루와 인도네시아의 생산 감소로 상쇄되면서 전 세계 채굴 공급량은 8억온스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광산 개발에 수년이 소요되는 특성상 급증하는 첨단 산업수요를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이와 함께 미국정부가 은을 공식 핵심 광물로 지정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와 맞물려 은을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세계 최대 은 소비국이자 주요 생산국인 중국은 정부가 은의 해외유출을 막고, 자국내 산업수요를 우선 충당하기 위해 수출통제를 단행하고 있다.

원자재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에너지 독립’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은의 몸값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친환경 분야의 구조적 수요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결합돼 공급부족 현상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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