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 이혜훈 청문회 열려…여론 향배가 임명여부 가른다

2026-01-23 13:00:02 게재

갑질·부동산투기 의혹 등 추궁·공방 이어질 듯

이혜훈 “재정중복 걷고 누수 막는데 성과내겠다”

자료 제출 미비 논란으로 한 차례 파행됐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통 끝에 23일 열렸다. 이재명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내정된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3선 의원을 지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근무해 정치권 내 경제통으로 분류된다. 정치권 입문 초기에는 보수정당 내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 개혁파로 분류되기도 했다.

다만 야당은 부정 청약과 보좌관 갑질,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어 청문회 문턱을 넘어 최종 임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본인 해명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임명 여부는 국민여론 향배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후보자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문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여야 청문회 개최 극적합의 =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9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자료 제출 미비 등을 둘러싼 공방 끝에 이 후보자가 출석하지 못한 채 회의가 파행을 빚었다. 이후 이 후보자 측이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면서 여야가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저의 성숙치 못한 언행 때문에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정책에 대한 집념과 결과로만 증명하겠다는 성과에 매몰된 외눈박이로 살아오면서 함께했던 소중한 동료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내란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잘못된 판단의 자리에 서 있었음도 사과한다”면서 “제가 평생 쌓아온 재정정책의 경험과 전문성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에 기여할 기회를 주신다면, 저의 과오를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알고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명 과정과 통합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의 (장관직) 제안을 받고 지금 거대 여당으로서 세 불리기가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 통합의 발걸음은 협치의 제도화를 향한 진정성으로 읽혔다”면서 “진영정치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길을 여는 일에 돌을 맞더라도 동참하겠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으로 성과를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하다가 겨우 경기회복세의 기로에 선 이 시점에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그동안 지출효율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사람으로서 (재정) 중복은 걷어내고 누수는 막아내는 일에 성과를 낼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재정이 필요한 시점에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데이터와 성과 분석에 기반한 재정 운영을 통해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4대 정책방향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과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제시 △성장과 복지의 동시달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확립 △재정을 ‘성장의 마중물’로 삼고, 동시에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 △국민이 주인이 되는 열린 재정을 제시했다.

◆도덕성 논란 쟁점될 듯 = 청문회에서는 △아파트 부정 청약 논란 △영종도 토지 매각 △자녀 관련 의혹 △보좌진 갑질 논란 등 주로 도덕성 관련 시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대체로 “국가기관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경위 설명과 자료 보완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가 받는 의혹들 중 가장 큰 쟁점은 이른바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부정 청약 의혹이다. 이 후보자는 서면 답변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분양가 자금 출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는 “취득가액 36억7840만원 가운데 본인이 12억9000만원을 부담했고, 나머지는 배우자가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 부담액 중 5억4000만원은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았고, 2억원은 시어머니로부터 대여했으며 나머지는 본인 예금 등으로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자의 영종도 토지 매입·매각 과정도 주요 검증 대상이다. 배우자가 인천국제공항 개항 1년여 전 토지를 매입해 6년 뒤 한국토지공사에 매각하면서 상당한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해외 교포인 토지 매도자가 개인 사정으로 배우자에게 매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좌진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업무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상처받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자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 자료 제출을 피했다. 장남의 장학금 수혜 및 논문 게재 의혹에 대해 그는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개인정보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제출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최근 10년간 자녀 증여 내역으로는 배우자가 2016년 장·차남에게 2000만원씩 증여했다고 밝혔다.

◆운명의 주말 = 이 대통령은 청문회 이후 여론 추이를 봐가며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은 청문회와 관계 없이 “이 후보자는 부적격자”란 입장이다.

재경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추가 요구한 자료의 제출도 매우 부실하다”면서도 “청문회를 열어 후보자의 부도덕성과 이재명 정권의 인사검증 부실을 낱낱이 국민께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턴에 대한 폭언과 보좌관 갑질, 90억원대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만으로도 장관 후보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해명 과정을 지켜본 뒤 국민 여론 추이를 봐가며 최종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이 지명자에 대해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본인의 해명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도 “인사청문보고서가 오면 (임명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적인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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