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결국 낙마…‘부실검증’이 낳은 통합인사 실패
28일 만에 이 대통령 지명철회 … “국민 눈높이 부합 못해”
부동산 등 재산·도덕성 검증 충분했나 ‘인사 시스템’ 지적
더 깐깐해진 후임 인선 … 기획처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통합 인사’ 기조 아래 보수 진영 3선 의원 출신을 장관 후보로 지명했지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해명이 충분치 않았던 데다 국민적 평가 역시 악화되면서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낙마 때도 제기됐던 청와대 인사 검증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 이후 국민적 평가를 유심히 살펴봤다”며 “숙고와 고심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이 후보자는 보수 정당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국민주권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명 철회 결정은 예상보다 빨랐다. 26일로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지켜본 뒤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조기 결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대통령 결심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지명철회로 스스로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검증 부실 논란이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처럼 외부 제보가 없으면 확인이 쉽지 않은 사안도 있었지만, 논란의 핵심 축이었던 부동산 및 자녀 입시 관련 의혹 등은 검증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검증에 문제있는 것 아니냐 지적도 하실 듯하다”면서 “(검증에) 문제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보좌관 갑질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고 말해 여론 악화의 핵심이었던 부동산 및 자녀 입학 문제에 대한 검증 문제는 피해갔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기획예산처 수장을 찾기 위한 과정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새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기까지 최소 1~2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예산처의 수장 공백은 최소한 3월 정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출범 초기부터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후임 인선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통합 인사에 대한 여론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점이 확인됐고, 후보자 검증 문턱도 높아졌다. 후보군으로는 임기근 기획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 등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선 안도걸 김태년 민주당 의원 이름도 오르내린다. 청와대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후임 인선을 매듭지을지, 그리고 인사 검증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