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미국 대신 신흥국으로

2026-01-27 13:00:02 게재

미국 증시·국채 자금 유출 속

신흥국 증시 사상 최대 유입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신흥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쏠렸던 글로벌 자금이 분산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신흥국 ETF로의 유입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대표 신흥국 ETF인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신흥국 ETF’로 이달 들어 약 60억달러가 유입됐다. 2012년 설정 이후 최대 월간 유입 규모로, 하루에만 6억3900만달러의 신규 자금이 들어오기도 했다.

신흥국 ETF로의 자금 쏠림은 특정 지역에 대한 선별적 투자 성향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이들 ETF의 공통점은 포트폴리오의 약 70%가 대만·중국·인도·한국 등 아시아 4개 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을 대체할 투자처로 신흥 아시아 시장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미국 주식형 ETF에서는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주식에 연동된 세계 최대 ETF 가운데 하나인 ‘SPDR S&P500 ETF’에서는 이달 들어 134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는 작년 3월 이후 최악의 월간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관련 발언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자금 이동이 급격한 매도보다는 점진적인 재배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비중을 한 번에 줄이기보다, 서서히 노출을 낮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TCW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케이티 코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미국 자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산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국채에 대한 ‘조용한 이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규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분산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민간 자금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전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는 대신 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740억달러로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전체 외환보유액 대비 미국 국채 비중도 1년 전 40%에서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 인도의 행보는 미국 국채를 핵심 안전자산으로 보던 기존 인식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과 정책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자금 배분 전략 전반이 재조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신흥국을 포함한 대체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앨런 시우는 주식과 채권 전반에서 미국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분산 투자 흐름이 지난해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런 흐름을 새로운 질서로 굳어질 변화로 판단할 경우, 자금 이동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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