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플라자 합의?…연준 시세 확인에 달러·엔 급락

2026-01-27 13:00:02 게재

미·일 공조 개입 경계 확산

엔화 강세의 배경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리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환시장의 시선이 일본을 넘어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이례적인 시세 확인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외환시장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강력한 정책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달러당 엔화 환율은 이날 장중 153.98엔까지 내려가며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3일 환율이 159엔선을 웃돌며 엔화 가치가 18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약화됐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이틀 만에 5엔 이상 급반전한 것이다.

이번 흐름의 출발점은 23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주요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실시한 시세 확인(rate check)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시세 확인이 실제 개입에 앞서 이뤄지는 전조로 인식돼 왔다. 블룸버그는 “이 조치가 일본의 엔화 방어에 미국이 관여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져, 달러·엔 환율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반응이 민감한 이유는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뉴욕 연준 웹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례는 1996년 이후 세 차례에 불과다. 가장 최근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주요 7개국(G7)과 함께 엔화를 매도해 시장 안정을 도왔을 때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실제 개입 여부와 무관하게, 연준이 시세 확인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를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준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1985년 ‘플라자 합의’의 기억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시 미국과 주요국들은 공조를 통해 달러 가치를 낮추며 글로벌 환율 질서를 바꿨다. 블룸버그는 최근 달러 고평가로 인한 무역·자본 불균형을 정책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미·일 공조 개입 가능성이 이런 인식에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발언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다.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25일 정당 대표 TV 토론에서 “투기적이고 매우 비정상적인 움직임에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재무성에서 외환을 담당하는 미무라 아쓰시 고위 관료는 26일 “미국과 외환 문제를 두고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달러·엔 환율 급락을 엔화 매도 포지션의 급격한 청산으로 보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수석 데스크 전략가는 “당국은 특정 환율 수준을 방어하기보다, 무질서하고 과도한 움직임에는 강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일방적인 달러 강세·엔화 약세 거래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안의 핵심이 연준이 실제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살지 여부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이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달러 강세 베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플라자 합의가 다시 거론되는 이유도, 정책 신호만으로도 시장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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