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축출에 중국 석유 40억배럴 흔들
트럼프정부, 중국견제 시사
중 “정당한 권익 지킬 것”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중국의 막대한 석유 자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구상에 따라 위협받을 수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측했다.
약 20년 전 베네수엘라가 국유화로 미국 석유회사를 내쫓자 중국이 재빠르게 그 공백을 메웠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들은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 40억배럴이 넘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유일한 미국 메이저 셰브론 보유분의 5배 수준이다. 중국은 그동안 생산 계약과 시추 장비, 채무 담보형 원유 공급 계약 등으로 베네수엘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베네수엘라는 사우디를 능가하는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점성이 강한 초중질유 특성상 채굴이 까다롭다. 마두로 정권 들어 국영사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의 운영 능력 악화로 원유 생산량은 1990년대 일일 300만배럴에서 현재 100만배럴 미만으로 추락했다.
2007년 고 휴고 차베스 대통령의 국유화 조치로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가 밀려나자, 에너지 안보 확보에 매달리던 중국이 신속히 진입했다. 당시 중국 경제는 고성장을 이어가며 에너지 소비 세계 1위로 치닫고 있었다.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와 시노펙은 PDVSA와 합작으로 오리노코 벨트와 해상 광구를 확보했다. 카라카스는 이를 ‘철의 형제애’라고 불렀고, 이는 지금까지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중국을 어느 정도 보호해 왔다.
하지만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축출을 주도한 뒤 중국이 시장 가격을 지불하는 한 베네수엘라 원유를 계속 사도 된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중국의 생산 권익에 대해선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서반구의 핵심 자산을 역외 경쟁국이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중국 견제 의지를 시사했다. 그는 NBC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이 미국의 적대국 통제 아래 놓이는 상황을 계속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80% 이상을 사실상 흡수하고 있다. 제재로 고객이 줄어든 베네수엘라가 글로벌 시세보다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베네수엘라의 미미한 산유량 대부분은 세계 가격보다 크게 할인된 이른바 암시장 거래 형태로 중국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최소 100억달러를 빚지고 있으며, 중국은 베네수엘라 최대 채권국이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베네수엘라 내 중국 자산은 국제법 적용을 받으며 양국에 이익이 된다”며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구상은 베네수엘라 경제 재건이라는 다른 우선순위와 충돌할 수 있다. 4월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주석과 실무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석유업계는 트럼프의 1000억달러 투자 요청에 미온적이며,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면전에서 “투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uninvestable)”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중국에 더 민감한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의 흐름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워싱턴이 승인할 새 판매 체계가 마련될 경우, 오랫동안 중-베네수엘라 거래를 지배해 온 원유와 부채 상환을 맞바꾸는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몰아내기보다 사실상 묵인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보고타 소재 라틴아메리카 중국연구센터의 파르시팔 디솔라 알바라도는 “중국 비판론자인 밀레이가 대통령이 된 아르헨티나에서도 중국은 기존 사업을 계속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의 베네수엘라 산유 활동을 사실상 묵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