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에너지 독립” 선언…5000억달러 투자 유치

2026-01-28 13:00:01 게재

탐사만 1천억달러 투자

수입 의존도 88% 감축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석유·가스 수입 의존을 줄이겠다며 대규모 탐사·정유 인프라 확충 계획을 내놨다. 인도 정부는 제한 구역을 풀어 원유 시추를 늘리고, 2030년대 말까지 최대 1000억달러의 탐사 투자를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인도 국영 정유사들은 중질유 처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베네수엘라산 원유 도입까지 검토하는 등 원유 조달처 다변화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28일 인도 에너지 위크(India Energy Week) 콘퍼런스 영상 연설에서 그간 묶여 있던 지역까지 시추를 확대하면 2030년대 말까지 최대 1000억달러의 탐사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에너지 인프라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면 투자 기회 규모는 최대 5000억달러에 달한다고도 했다.

인도는 정유 설비를 현재 하루 600만배럴에서 2030년대 말까지 하루 100만배럴 추가 확대할 계획이라며 탐사·개발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내 생산이 늘면 원유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인도의 수입 물량은 국제 석유 트레이더들이 특히 주목하는 변수로 꼽힌다. 인도의 지난해 12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55만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콩고와 가봉의 생산량을 합친 수준이지만, 인도 전체 소비량에 비하면 일부에 그친다.

인도는 석유 수요의 90%, 가스 수요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석유와 가스는 지난해 12월 해외에서 들여온 전체 수입 물품 가운데 17%를 차지해 외환 유출 부담이 큰 품목으로 지목된다.

수입 의존을 줄이기 위해 인도는 기존에 시추가 허용된 170개 구역 외에, 그동안 묶어 두었던 지역 약 100만㎢를 추가로 탐사 대상에 포함해 개방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8월 국가 심해 탐사 임무도 출범시켰다. 신규 탐사정 40공을 뚫어 6억~12억톤 규모의 석유·가스 매장량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인도는 2032년까지 매장량을 2배로 늘리고, 2047년까지 생산량을 3배로 확대한 뒤, 궁극적으로 수입 의존도를 88%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모디 총리는 에너지 안보에서 에너지 독립으로 전환하겠다며 정유·운송 인프라 확충과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LNG 운반선도 자국에서 건조하겠다고 했다. 인도는 세계 3위 에너지 소비국이자 원유 수입국이다.

한편 정유 현장에선 원유 조달처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국영 정유·유통사 힌두스탄 페트롤리엄(HPCL)은 새 회계연도(4월 시작)부터 중질유 처리 비중을 높이기 위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처음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카스 카우샬 HPCL 회장은 정유 설비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HPCL은 최근 브라질 투피 원유를 매입하고 서아프리카산 원유 처리도 늘렸지만, 제재 대상 러시아산 원유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비톨과 트라피구라를 통해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모디 총리가 내건 ‘에너지 독립’ 구상은 탐사 확대와 정유·운송 인프라 투자 유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국내 생산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도 정유사들은 당장 가동률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중질유 처리 능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수입 구조’를 먼저 손보는 모습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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