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법 ‘비준’·‘사전 동의’ 쟁점
당정 “2월 통과” 추진 … 국민의힘 ‘투자협상 전 동의 의무화’ 요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법)의 통과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한 ‘비준 동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비준동의’를 요구하면서 ‘플랜 B’로 ‘미국과의 투자 협상 전 국회 사전 동의’를 넣은 대미투자법을 제출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내놓았다. 법안을 다루는 재정경제기획위와 관련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위원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에서 ‘2월 통과’ 일정을 제시한 여당의 ‘입법독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간 강도 높은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28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인상 예고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와 관련한 우리나라 민간기업들의 투자, 지원에 대한 보복적 성격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미투자법은 우리 국회의 일정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비준동의는 한미 합의사항도 아니고 우리나라만 비준하면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당정은 ‘2월 상정, 통과’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고 국내 산업과 고용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헌법과 통상절차법상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임을 강조하며 맞섰다. 법안심사 가능성도 열어 놨다. 비준 동의만 강조하면서 한미 합의 내용을 포함한 대미투자법안을 심사하지 않을 경우 한미 관계와 우리나라 수출경제를 악화시킨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어 법안 상정과 심사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비준 동의’에 해당할 정도로 강도 높은 ‘사전 동의’ 조항을 대미투자법안에 담아 제출해 놨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한미전략투자공사 운영위원회가 미국 투자위원회가 제안한 대미투자 후보 사업에 대한 사업 추진 의사를 심의·의결한 경우, 국회에 보고하고 사업의 제안 또는 추진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명시돼 있다. 또 산업통상부장관은 국회가 동의한 경우에만 미국에 대미투자 사업을 제안하거나 미국이 제안한 대미투자 사업의 추진에 동의하고 미국과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과의 투자협상에 나서기 전에 국회 동의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이 국회 비준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국민의힘으로서는 플랜 B까지 마련해 놓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국회 비준에 준하는 사전 동의제도를 만들어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예고 메시지와 관련해 배경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대미 통상 현안에 대해 차분하게 대응 중”이라면서 “미국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소셜에 밝힌 ‘자동차 목재 의약품을 비롯한 모든 (한국산)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는 방침과 관련해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관세 인상 예고가 우리나라가 약속한 3500억달러(약 506조원) 규모의 투자 실행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과의 대화를 통해 철회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준규·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