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바이트댄스 등에 H200 구매 허용
오픈AI 경쟁 의식 반영
자국 육성과 현실의 타협
중국 정부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자국 대표 빅테크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H200’ 구매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2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는 AI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현실적 필요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장기 목표 사이에서 베이징이 실용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4명에 따르면, 세 기업은 합쳐서 40만개가 넘는 H200 칩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기업들도 승인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여러 조건을 달아 승인했으며,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 소식통은 “승인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기업들이 실제 구매 주문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한 시점과 맞물려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그동안 회의에서 자국 기업들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외산 칩을 구매하라고 요구해왔다. 과거 논의된 방안 중에는 H200 구매를 허용하되 일정 비율의 국산 칩을 함께 사도록 묶는 안도 포함돼 있었다.
엔비디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AI 칩인 H200은 미·중 기술 경쟁의 핵심 쟁점이 됐다. 중국 기업들의 수요는 폭발적이고 미국 정부도 수출을 허가했지만, 정작 중국 정부가 수입을 주저하면서 출하에 병목이 생긴 것이다.
미국은 이달 초 엔비디아가 H200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공식 승인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강한 수요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반입 여부는 중국 당국이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다. 최근 몇 주간 베이징의 승인 여부는 불투명했다. 첨단 AI 칩에 대한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상충하는 정책 목표 때문이었다.
로이터는 이달 초 중국 세관 당국이 대행사에 H200 칩의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기술 기업들은 이미 H200을 200만개 이상 주문한 상태로, 이는 엔비디아의 가용 재고를 크게 웃도는 물량이라고 로이터는 지난달 전했다.
앞으로 어떤 기업들이 추가로 승인을 받을지, 중국 당국이 어떤 기준으로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승인 시점이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승인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한 기간 중 결정됐으며, 황 CEO는 지난주 금요일 상하이에 도착해 베이징 등 주요 도시를 순회했다.
이번 승인은 중국 정부가 오픈AI 등 미국 경쟁사와 맞서기 위해 AI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자국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요구를 우선시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들 기업은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H20’에 맞먹는 제품을 내놨지만, H200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로이터는 H200이 H20보다 약 6배 높은 성능을 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베이징은 외국산 반도체 수입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일정 물량의 국산 칩 구매 할당량을 부과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