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준의장, 정치 압박 버틸 수 있나

2026-01-29 13:00:02 게재

월가 “임명 순간엔 비둘기,

취임 뒤엔 데이터로 판단”

연준 독립성 시험대 전망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에 월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 인선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중앙은행 독립성이 다시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한 ‘인 더 마켓(In the Market)’ 칼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 의장들은 임명되기 전과 임명된 뒤가 달라진다”고 말하며 차기 의장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월가 주요 은행들은 이 발언을 오히려 “취임 이후에는 독립적으로 행동해도 된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만난 글로벌 은행 최고경영자들은 차기 연준 의장이 초기에는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지만, 막상 자리에 오르면 정치보다 경제 지표에 따라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글로벌 은행 고위 임원은 “새 의장이 인플레이션의 초기 신호에 즉각 반응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내려 ‘불에 기름을 붓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쿼리그룹의 데이비드 도일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회의를 앞둔 보고서에서 “차기 의장이 위원회를 더 완화적인 방향으로 이끌 위험은 있다”면서도 “취임 이후에는 인센티브 구조가 바뀌면서 그 위험이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독립성은 시장과 경제의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꼽힌다.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운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뒷받침한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도 최근 잇따라 연준 독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논란은 최근 더욱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초 법무부가 연준 건물 공사 관련 의회 증언을 문제 삼아 형사 기소를 거론했다고 밝히며, 이를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반박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5월 종료될 예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후임 지명을 앞두고 있다.

행정부의 경제 인식도 전통적 통화정책과 충돌하고 있다. 다보스 패널 토론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경기 과열 시 금리를 올리고 경기 둔화 시 금리를 내리는 ‘고전적 접근’을 비판하며 “미국은 세계 최고의 신용 국가인데 왜 다른 나라보다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느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은 이사를 지명할 뿐, 결과는 연준 이사들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 은행들은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일부 대형 은행들은 스태그플레이션부터 고성장·고물가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자산과 금리 위험을 점검하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차기 의장이 완화적 성향을 보일 가능성 자체가 물가가 높게 유지될 확률을 키운다”고 말했다.

월가는 차기 연준 의장이 결국 데이터와 제도적 견제 속에서 독립성을 지켜낼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기대가 흔들릴 경우, 달러 약세와 시장 변동성 확대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 독립성은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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