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화환 숨겨도 책임은 못 숨겨”

2026-01-29 13:00:03 게재

전공노, 직원사망 애도·책임 요구

경기도의회, 조화 숨겼다가 '역풍'

‘근조화환은 숨겨도 책임은 숨겨지지 않는다.’ ‘경기도의회는 공무원 죽음 진상 규명하라.’

28일 오후 5시 경기도의회 1층 로비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각 지역·지부에서 보낸 근조화환 리본에 적힌 글귀다. ‘국외 출장비 부풀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숨진 경기도의회 사무처 공무원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다. 이날 오후 6시쯤 50개 가까운 근조화환들로 로비 한쪽 벽이 가득 찼다.

28일 오후 5시 경기도의회 1층 로비에 전공노 지역지부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곽태영 기자

대구 경북 전남 등 전국에서 ‘근조화환’을 보낸 이유는 지난 26일 무명씨가 도의회 로비로 보낸 ‘근조화환’을 경기도의회 사무처가 임의로 치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민을수 전공노 경기도청지부장은 “당일 오전 로비에 설치됐던 근조화환이 사라져 의회 사무처를 추궁했더니 임의로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해 다시 꺼내달라고 했으나 보낸 사람을 확인할 수 없어 못주겠다더라”며 “지역·지부장들과 이런 사실을 공유하고 논의한 결과 ‘실명’ 근조화환을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승록 전공노 경기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직원 사망에 대해 의원들이 입장표명이나 재발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서이초 교사 추모 근조화환처럼 전국 243개 지부에서 보내온 근조화환이 도의회를 둘러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해당 근조화환에 의원들을 상대로 한 자극적인 표현이 있고 수·발신인도 없어 청사방호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시설물로 판단했다”며 “법제과에 설치물 처리에 대한 법적 검토를 요청한 상태인데 의원을 보좌하는 사무처 입장에서 그냥 방치할 수 없어 일단 치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도의회 소속 공무원 A씨(30)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도의회는 이와 관련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유족들이 언론보도 등 고인의 사건 언급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와 정치권에선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안니라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지방의회의 구조적 문제”라며 “또 다른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서영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윗선의 지시나 관행을 따랐을 가능성이 높은 말단 실무자에게 수사와 법적 책임이 집중됐다”며 “저연차 실무자들만 경찰조사를 받고 극심한 심리적 압박 속에서 죽음으로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주요 간부를 수사선상에서 제외한 경찰에도 “꼬리 자르기식 수사 지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전공노는 “권익위 의뢰로 수사가 시작된 이후 편법의 과실을 누린 도의원들은 ‘관행이라 몰랐다’며 숨어버렸고 남겨진 것은 지시에 따라 실무를 처리한 7급 공무원뿐이었다”며 “30대 청년 공무원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경찰 수사가 아니라 믿었던 조직의 잔인한 침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의회는 의원들의 갑질과 편법 행위를 근절할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쇄신안을 즉각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책임지지 않는 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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