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띄운 ‘설탕 부담금’…정치권도 논란
이 대통령 “국민 의견 물었더니 ‘도입’으로 왜곡”
설탕세 도입 법안 발의도 … 국힘 “소금세도 할 거냐”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설탕 부담금 도입에 대한 국민 의견을 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이 일부 언론에서 ‘설탕세 도입’으로 기정사실화해 보도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한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국민 의견을 물었는데 ‘설탕세 도입’으로 왜곡됐다”며 “지방선거에 타격을 주기 위해 증세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3시간 후에 또 다른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언론이면 있는 사실대로 쓰셔야. 설탕 부담금 어떻게 생각하시냐며 의견을 물었는데, 왜 설탕 부담금 매기자고 했다며 조작하느냐”며 “심지어 하지도 않은 말까지 창작해 가며 가짜뉴스 만드는 건 옳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X에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 12~19일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를 강화하는 데 재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라고 의견을 물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회수석실과 경제수석실의 의견이 달랐다”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설탕세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추가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쏘아올린 설탕 부담금 논의는 국회 내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29일 가당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사업자에게 첨가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비만 및 만성질환 예방·관리사업 뿐 아니라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제조·가공·수입업자에게 가당음료에 첨가된 당의 함량에 따라 1리터 당 225원에서 300원까지의 가당음료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등에서 설탕세를 도입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에선 설탕세의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지적과 저소득층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고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 감소 및 설탕보다 건강에 더 해로운 성분의 소비를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 등의 반론이 존재한다는 점을 짚었다.
국민의힘에선 물가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의견이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SNS에 글을 올려 “숙의 없이 이런 식으로 세금을 막 늘려서는 안 된다”며 “공공 의료의 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설탕세는 제품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탕세 도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그런 논리대로라면 짜게 먹는 것은 건강에 괜찮나? 소금세도 도입할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설탕 부담금 언급은 정책을 기정사실화하거나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라면서 “국민 건강 악화와 지역 공공의료의 구조적 취약이라는 현실 앞에서, 어떤 해법이 가능한지 국민에게 묻는 문제 제기였다”고 설명했다. 설탕 과잉 섭취로 인한 질병 부담을 줄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다음은 소금세냐’는 식의 표현을 한 데 대해 “논의를 왜곡하며, 증세 공포 프레임을 앞세우고 있다”면서 “정책의 취지와 맥락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태도이며, 국민 건강권과 공공의료 재정이라는 핵심 의제를 외면한 채 논의를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SNS를 통해 국민 의견을 묻는 것에 이의가 있다면, 국민의힘이 선택해야 할 길은 비아냥이나 조롱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대안 제시”라고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